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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무채색 강조하는 폴스타 브랜드와 폴스타 2


폴스타 2의 디지털적 미니멀 감성은 실내 디자인에서도 이어진다

새롭게 등장한 폴스타 2 페이스 리프트(왼쪽)와 2020년형(오른쪽)
새롭게 등장한 폴스타 2 페이스 리프트(왼쪽)와 2020년형(오른쪽)

폴스타(Polestar)의 중형급 승용차 폴스타 2가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나왔다. 폴스타 브랜드는 볼보자동차와 중국 지리(Geely) 그룹의 전기 동력 차량 전용 브랜드다. 오늘 살펴보는 폴스타 2는 이미 2020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모델이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차체 색 패널로 막은 디자인으로 바뀌어 나왔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4606mm, 전폭 1859mm, 전고 1482mm, 휠베이스 2735mm로 요즘의 중형 승용차와 거의 비슷하면서도 전고는 약간 높다. 물론 그 이유는 전기 동력 차량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가 탑재된 두터운 플로어 패널로 인해 바닥이 높아진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볼 때는 차체 아래쪽 부분이 두터운 검은색 플라스틱 몰드로 덮여 있고, 휠 아치의 안쪽에도 검은색 가드가 둘러쳐 있다. 차체 색조도 전체가 흰색이나 회색 등등의 무채색 계열로 매치해 마치 0과 1의 흑백 이미지로 디지털 감성을 보여준다.

물론 폴스타 브랜드 자체가 전기 동력 차량 전용 브랜드이기에 친환경성을 더 강조하기 위해 색을 적게 쓰는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수직 수평을 강조한 램프 그래픽 역시 그런 감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색을 적게 쓰는 게 정말 친환경적일까?

차체의 형태는 앞바퀴굴림 방식 차량을 연상시키는데, 그런 인상이 드는 이유는 앞 도어의 분할선과 앞바퀴 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아서이다. 그렇지만 뒷유리가 매우 역동적인 각도로 누운 패스트백 스타일이면서 극히 짧은 데크 형태를 가진, 소위 세미 노치 패스트백(semi-notch fastback) 형태의 차체이다.

여기에 엔진을 쓰지 않는 전기차 특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극히 짧은 앞 오버행이다. 이렇게 짧은 앞 오버행으로 인해 후드의 길이가 길지 않음에도 전체의 차체 실루엣이 매우 역동적인 이미지다.

폴스타 2의 앞모습에서는 장방형의 라디에이터 그릴 프레임과 일명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옆으로 누운 T 형태의 주간주행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 주간주행등 디자인은 폴스타 브랜드의 모기업 볼보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것을 쓰면서도 폴스타는 볼보와의 연관을 약간 부정하는 듯한 인상도 든다.

차체의 형태는 팽팽하게 당긴 듯한 인상을 주는 면으로 인해 기하학적인 감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모서리를 강조하는 동시에 직각의 이미지를 눈에 띄게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직각이라기보다는 각진 이미지로 세부 형태들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앞 범퍼 아래쪽의 슬림 공기 흡입구 그래픽과 양쪽의 삼각형 안개등 베젤 등등이 전기 동력과 디지털적인 기술적 특징을 표현한 조형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는 LED를 사용한 테일 램프에서도 슬림 렌즈와 마치 디귿 형태의 직각으로 디자인 된 양쪽 램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직선 이미지 중심의 기하학적인 선-물론 이 선들은 거의 직선처럼 보이는 곡선이고 완전히 직선인 것은 아니다. 만약 정말로 완전한 직선이라면 차체는 레고 블록 같은 모양이 될 것이다-들로 인해 매우 미니멀하고 첨단적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디지털적 미니멀 감성은 실내 디자인에서도 이어진다. 무채색의 검은 색이 주조이면서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역시 팽팽하게 당긴 탄력 있는 면들로 구성된 형태이다. 운전석 속도계 클러스터는 최근의 경향 대로 풀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갔지만, 속도계 부분에 마치 태블릿을 올려놓은 것 같은 형태로 디자인하는 다른 메이커들과는 달리 폴스타 2의 클러스터 후드 형태는 기존의 아날로그 계기판을 장착했던 시대의 차량들과 비슷한 이미지다.

또 특이한 것은 중앙의 환기구가 센터페시아 패널 뒤쪽 윗면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게 실제로는 냉난방 효율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앞좌석 승객의 얼굴로 직접 바람이 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차체 형태가 뒤쪽에 아주 짧은 데크가 있는 이른바 세미 노치백 형태이면서 테일 게이트가 만들어져 있는 해치백 구조의 차체이기에, 2열 좌석을 접으면 널따란 공간이 나올 것이다. 이런 형태의 차체를 가진 폴스타 2를 세단형 SUV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데크를 가진 세단 형태의 SUV를 폴스타에서 만들어주지 않을까?

세미 노치 패스트백 형태의 폴스타 2 측면 이미지
세미 노치 패스트백 형태의 폴스타 2 측면 이미지

전기 동력 차량 기술은 그동안 우리들이 봐 왔던 엔진 동력 차량에서 단지 엔진이 모터로 바뀌는 변화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엔진 특유의 진동과 배기음이 차량의 성능을 나타내는 상징이었고, 그로 인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전통적 기술의 진화적 이미지가 기존의 승용차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디자인이었다면, 전기 동력화는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폴스타는 적어도 차체 외부 디자인에서는 흑백 톤과 무채색을 강조하면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폴스타 2의 디자인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 폴스타의 십자성 심벌처럼 기존에서 벗어난 감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세기 볼보 브랜드가 엔진 동력 차량의 안전 기술을 발전시켜 왔던 것을 이어받아 폴스타 브랜드는 전기 동력 차량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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