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르면 연말 공개하는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2세대에 기존 디젤 모델을 없애고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HEV)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지난해 11월 대형 다목적차량(MPV·미니밴)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에 1.6터보 가솔린 기반 HEV를 추가했다. 순수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주춤하자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차량의 대표 주자로 올라서며 대형차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1∼3월) 이내 출시를 목표로 신형 팰리세이드의 시험 생산 및 주행 시험에 들어갔다. 신형 모델에는 HEV가 탑재되는 것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2.5가솔린 터보 모델에 기반한 HEV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카니발을 포함해 지금까지 현대차·기아는 HEV에 1.6가솔린 터보를 활용했다. HEV 적용 범위를 대형차로 넓히려면 기존보다 높은 출력이 필요하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2.5가솔린 터보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그 첫 적용 차량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에 공력을 쏟는 것은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서다. 양 사의 국내외 전체 합산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11.5%) 처음 10%를 넘어섰다. 2020년보다 6.5%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3%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차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이 기간 수출에서는 전기차가 성장률에선 57.3%로 하이브리드(13.2%)를 앞섰지만 수출량(34만6880대)에선 하이브리드(37만8115대)에 3만 대 이상 뒤처졌다.
신차 부재로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간신히 10만 대를 넘겼던(10만4276대) 르노코리아도 올해 하반기(7∼12월) 중형 하이브리드 SUV 신차를 출시하며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강세 현상은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지난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2022년보다 65% 증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기차 성장률(46%)보다 19%포인트 높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또한 지난해 12월 전기차 월간 판매 성장률(전월 대비)이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16.9%)를 보인 반면에 하이브리드차는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최근 시가총액이 급등하고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이 4조 엔(약 36조14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도 원래 강점이 있던 하이브리드 시장이 급성장한 게 컸다”며 “당분간 하이브리드만큼 조명받는 시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