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한국에 없던 장르, 주행감각 따윈 살필 겨를이 없을 만큼 ‘얼리어답터’ 위한 콘텐츠를 가득 품었다
GOOD
–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 구성
– 시종일관 보드랍고 차분하며 냉정함을 잃지 않는 주행감각
BAD
– 한국인 기준에서 가속력, 문열리는 시간 등 기계의 작동이 너무 늦다
– 얼리어답터를 제외하면 브랜드와 외모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
Competitor
– 제네시스 G90 : 상식과 통념으로 자리잡은 ‘대한민국 쇼퍼드리븐의 대명사 자동차’
– 카니발 리무진 : 더 낮은 진입장벽과 더 높은 가격대비 가치
오모테나시 (お持もて成なし) 손님을 환대하는 일본 특유의 접객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토요타 알파드는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한 자동차였다.
토요타 알파드와 처음 마주서면 악랄하게 보일 정도로 괴이한 전면부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얇은 헤드램프와 거대한 그릴 그리고 곳곳에 크롬을 덧대어 존재감을 과시한다. 옆을 보니 펜더를 비롯해 도어의 면적이 어림잡아 일반 차의 두배는 될 법하다. B필러에서 번개 치듯 꺾이는 캐릭터 라인은 대체 무슨 의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뒤 부분도 이색적이긴 마찬가지. 좌우측 위로 뻗어나가는 듯한 헤드램프는 바닥에 닿을 듯 쏟아져 내린 범퍼와 어색한 대조를 이룬다. 트렁크 문을 열려면 리어 램프 바로 위에 숨긴 버튼을 눌러야 하는 비밀스러운 조합도 놀라움에 한몫을 보탠다. 캐릭터 라인으로 삼은 차체 곳곳은 어느 한 곳도 애둘러 지나가기 어려운 정도로 파격적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수 많은 자동차 카테고리 그 어떤 지점도 토요타 알파드를 담기엔 개성이 너무 강하다.
토요타 알파드의 크기는 전장 – 전폭 – 전고가 5,005mm, 1,850mm, 1,955mm로 대형 MPV에 속한다. 여기에 MPV 특성을 엿볼 수 있는 휠 베이스는 3,000mm를 확보했다. 휠은 19인치로 꽤 큰 편에 속하지만 휠이 떠받치는 차체의 면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다. 초라함만 약간 면했을 정도로 보인다. 여기에 공차 중량 2,330kg으로 결코 가벼운 차체라 판단할 순 없다.
토요타 알파드 디자인의 정수는 인테리어
토요타 알파드는 전형적인 MPV 타입의 차체 구조와 실내 구성 위에 일본식 고급감을 한껏 가미해 실내를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손에 닿는 나파가죽 시티의 감촉이 탁월하고 12.3인치로 키운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뒷좌석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어 시인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토요타 알파드의 백미는 뒷좌석인데, 라운지 시트로 널찍함은 물론 요추 지지력과 어깨를 감싸는 시트 패턴 조화가 대단히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여기에 암레스트 내장형 테이블과 스마트폰 형태의 터치 타입 컨트롤러까지 배치해 좌우 개별 공조 그리고 조명, 선셰이드 조정, 오디오 및 시트 기능제어까지 가능하다.
3열도 그저 그런 공간으로 남겨두지 않고 리클라이닝과 암레스트를 배치 공간의 사용성을 충분히 감안해 설정해 놓았다. 컵 홀더를 비롯한 수납공간도 충분하고 USB 충전포트도 각 좌석별로 놓여져 있다. 2열에 오를 때 잡고 오르도록 손잡이 역시 매우 길게 배치한 점도 탑승자를 배려하는 섬세함이 또한 돋보였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차 문 개폐를 모두 조절할 수 이는 버튼을 두었고, 랩 어라운트 타입으로 감싸는 대시보드는 좌우 2 콕핏 구성으로 안락함이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벨트라인이 낮고 운전석은 높은데다 A필러가 2개로 나뉘어져 시야 확보다 매우 탁월하다. 최근 국내외 자동차들에선 보기 힘든 전면 팝업식 컵홀더까지 갖춰 단순히 뒷좌석 공간만을 배려했다기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공간 배치가 돋보인다. 센터 콘솔부 공간 구성도 얼핏 무심해 보이다가도 인체공학적 배치와 설계라는 점이 느껴질 정도로 손에 닿는 거리에 적절한 배치가 돋보였다.
펀치력보다는 차분한 주행감 돋보여
토요타 알파드는 2.5L 직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롱 스트로크 방식의 2.5L 엣킨슨 사이클 엔진으로 전기모터를 조합해 최고출력 259마력을 낸다. 차의 덩치에 비하면 적지도 크지도 않은 출력이지만 출력을 풀어내는 방식은 느긋하다. 철저히 선형적인 가속감을 보여주는 토크의 배분 역시 전후 한 곳에 배치해 펀치력을 돋보이려는 의도보다는 부드러운 주행감과 편중되지 않은 출력 배분에 주력한 듯 하다. 좋게 말하면 꾸준하지만 일견 답답한 순간도 참아내야 한다.
변속기는 일본차 답게 CVT를 장착해 변속충격이 거의 없고 연비효율도 뛰어나다. AWD E-4 시스템 덕에 출력배분도 전후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하이브리드 특유의 전기모터 – 엔진 전환간 이질감도 느끼기 어려웠다.
회전 구간에서 격하게 코너로 밀어넣으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지만 차체조정을 스스로 해낸다. 엔진의 힘을 서둘러 빼고 제동력에 최대한 힘을 주는 모습이다. 차의 크기에 비해 브레이크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걸로 보였지만 대체로 수준급 이상이었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터프한 시승시간 내내 범위를 벗어나는 오류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차 면적이 크고 높아 풍절음이 거슬릴 법 했지만 의외로 차내로 들이치는 바람소리는 적었다. 토요타 자동차들은 특히 이 풍절음을 잘 다스리기로 유명한데, 주행거리가 꽤 지나더라도 인테리어 부품간 마찰로 생기는 잡소리는 있어도 풍절음은 변화가 적다.
운전대는 차를 주무르기에 대체로 가볍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손에 쥐는 감촉이 좋고 우드그레인을 넣어 고급감을 줬는데, 보기에도 산뜻해 운전의 즐거움을 높여준다. 또 운전대 넘어서 대시보드 앞공간이 커서 뭔가 무심히 던져 두기에도 공간활용도가 좋았다.
고속도로와 시내 도로를 번갈아 주행해보니 단점이 없을 뿐 장점으로 손꼽을 만한 것도 없었다. 물론 통상 일반적인 운전자의 기호를 미루어 보면 이런 주행감각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겠다. 어느 정도 일부러 차를 격하게 채근해봐도 토요타 알파드는 앞서 설명한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이 차는 급격한 차체 거동변화(피칭)를 스스로 감지하고 억제하는 조정 기능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다.
1세대가 선보였던 2002년 이후 줄곧 변치 않고 간직했던 이 차의 방향성은 3세대에 걸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선과 치밀하고 정성스런 편의사양 변화를 통해 ‘쾌적한 이동’이라는 목표를 성취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MPV의 이동보다는 한 차원 더 높은 배려심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토요타 알파드를 경험한 2박 3일간 정작 시승을 했던 나보다 이 차를 같이 경험했던 다른 이들에게 생각지도 않은 찬사를 들었다. 대체로 ‘차가 이렇게 편할 수도 있는가’,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다’라고 하는 것들이다. 이 차에 대해 설명을 듣지 않았음에도 단번에 정확한 알파드의 개발 방향을 말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토요타가 제대로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