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2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한 데 이어 최근 한 해외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로부터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수주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중 최장 길이로, 2026년 1분기(1~3월) 양산을 목표로 최근 본격적인 생산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달 29일 LG디스플레이 서울 마곡 사옥에서 만난 김병훈 오토 제품개발2담당(상무)은 “경쟁사 중 아직 LG만큼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이번에 수주 성과를 올린 분야는 ‘필러투필러(P2P)’처럼 대시보드를 덮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며 자동차 전면부 창틀의 ‘필러(기둥)’ 양 끝만큼 길이를 채워 P2P라 불린다. 속도, 잔유량, 타이어 상태 등 차량 정보를 보여주고 드라마·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용도로도 쓰는 차량용 대화면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57인치 P2P LCD를 선보이며 혁신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 50인치급 P2P LCD를 구현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최초다. 김 상무는 “50인치대 개발에도 성공했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30인치대, 40인치대 등 수요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제네시스가 지난해 출시한 2024년형 ‘GV80’에 27인치 OLED를 납품하고 있다. 길이가 운전석부터 중앙 센터페시아까지다. 이번에 수주한 디스플레이는 30인치대 이상으로 P2P 제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P2P 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자동차 성능, 편의와 직결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우선해서 도입하는 제품이다. 갈수록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운전 중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해지며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각광받고 있다. 김 상무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30인치대 이상으로 커지면 동시에 여러 조작이 가능해져 편리하면서도 즐거운 탑승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P2P LCD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고화질 대화면을 강한 내구성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등 경쟁사들은 아직 한 개의 화면으로 대형 P2P LCD를 만들지 못한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여러 개를 이어 붙이는 식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화면 여러 개를 붙이면 사이사이 터치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영상, 이미지에 단절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김 상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안정성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교통사고가 나거나 극한의 날씨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LG디스플레이의 P2P LCD는 웬만한 충격을 견뎌내고 영하 40도 혹한부터 영상 85도 초고온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며 버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차량용 대화면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착수하며 P2P LCD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2년엔 시장의 주류였던 6세대보다 디스플레이 원장 크기가 2배 더 큰 8세대 공정을 도입했다. 김 상무는 “아무런 수주도 없던 상황에서 미래 성장성을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며 “원장이 2배 커지면서 생산성이 2배로 늘어나 양산 효율성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6세대 공정에 머물러 있는 경쟁사에 비해 기술 격차를 1년 이상 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상무는 “10년 전만 해도 대시보드 가운데 하나 있던 디스플레이가 이제는 운전대, 조수석에도 달리고 자동차 후방, 천장, 측면 등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혁신을 지속해 차별적 고객 가치를 실현하겠다”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