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상용차를 제작하는 전북 완주군의 현대차 전주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국산을 넘어서며 물량을 뺏긴 여파 때문이다. 일감이 감소하자 협력사를 포함해 약 6000명에 달했던 전주공장의 직원도 약 5300명으로 줄었다. 김재천 완주군의회 의원은 “완주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약 70%가 현대차 협력사인데 현대차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지역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현대차의 대책은 ‘수소차 강화’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수소버스의 연간 생산량과 제품군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전주 공장의 수소전기버스 연간 생산 능력을 기존 500대에서 3100대로 키운 것이다. 또 현대차는 현재 2종(일렉시티, 유니버스)인 수소버스 제품군을 늘리기 위해 수소저상광역버스와 수소고속버스를 추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두산도 2022년 5월에 세운 모빌리티 계열사인 하이엑시움모터스를 올해 초 본격적으로 출범시키며 수소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엑시움모터스가 파트너사와 협력해 만든 수소전기버스는 현재 정부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인증 절차가 끝나면 올 4분기(10∼12월)에 전북 군산공장에서 수소전기버스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에는 현대차만 수소전기버스를 판매 중이었는데 이제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 4분기 수소엔진버스 실증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자사가 개발한 수소연소엔진을 실제 버스에 장착해 작동해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버스 생산업체 두 곳과 협의하고 있다. 실증 테스트를 해본 뒤 개선점을 반영해 2026년쯤 수소엔진버스 양산을 진행할 방침이다.
자동차 및 기계업계가 수소버스 개발·보급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 전기버스의 공습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는 총 1372대(점유율이 50.9%)가 판매됐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연간 판매량에서 국산을 앞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올해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편에 수혜를 입은 국산 전기버스가 다시 점유율에서 앞서지만 불안한 우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할인율을 늘리며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버스는 아직 국내 업체들이 기술력 우위를 지녔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수소버스의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비교우위를 지닌 수소버스 분야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소버스는 충전 시간과 효율에 있어서 전기버스보다 우수하다. 전기버스의 경우 환경에 따라 충전에 1∼3시간이 걸리는 데 반해, 수소버스는 5∼10분이면 끝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전기버스는 보통 300∼400km대인데 수소전기버스는 570∼635km 수준으로 더 길다. 따라서 수소전기버스는 전기버스보다 장거리 운전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가격이 걸림돌로 꼽힌다. 수소전기버스의 대당 가격은 6억∼7억 원에 달한다. 전기버스가 3억 원대인 것에 비하면 2배 이상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수소전기버스의 실제 고객 부담 비용은 1억 원 중후반대이다. 전기버스 실구매 비용은 보통 1억 원 초반대다. 거기에 아직 수소충전소 설치도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충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수소 사업부 규모 정도의 회사가 중국에는 약 60개에 이른다”며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들의 수소차 기술력이 앞서고 있으나, 중국이 곧 따라올 수 있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을 때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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