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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레부엘토, 아벤타도르의 악몽을 지우다


그 무엇과 비교하더라도 대단한 순간이다. 우리는 세심하게 관리하는 제조업체와는 어느 모로 보나 거리가 먼, 지난 반세기에 걸쳐 흉포한 V12 엔진을 탑재해 온 람보르기니의 최신 제품이 일반 도로에서 어떤 느낌인지 처음으로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자,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레부엘토(Revuelto)는 람보르기니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정말 환상적이다. 이 차의 차체는 왕좌를 물려준 아벤타도르(Aventador)보다 152mm 길고 너비는 거의 미니버스만큼이나 넓다. 이 차는 1000마력 이상의 엄청난 출력을 뽑아내지만, 무게는 BMW M3와 거의 같다.

배기량 6.5L 엔진은 거대하지만, 그 안에 자리 잡은 크랭크는 9500rpm까지 무섭게 솟구친다. 시승 담당 에디터 맷 손더스(Matt Saunders)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발레룽가(Vallelunga) 서킷에서 이 44만6000파운드(약 7억8300만 원)짜리 슈퍼카를 훌륭하게 운전했다. 그는 당시 시승기에 “레부엘토가 일반 도로에서 어떤 느낌일지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적었다. “일반 도로 주행이 그냥 서킷을 길게 늘어뜨리기만 것이라면, 이 ‘완전히 흉포한 슈퍼카’는 그 도로를 모조리 집어삼켜야만 할 것이다.”

이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 우리는 마침내 베드포드셔(Bedfordshire)의 시골로 향했다. 손더스가 서킷을 숨 가쁘게 질주할 때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바로, 우리의 눈부신 시승차가 진흙투성이 시골길을 소리 없이 질주하는 것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여기에 와 있다. 솔직히 말해, 자동차로서 레부엘토의 강점과 약점, 혹은 특이점을 평가하기에는 바로 여기가 제격인 장소다. 그리고 생각보다 큰 뉴스가 하나 있다. 기본적인 운전 성능에 있어서 레부엘토는 이전 아벤타도르에 비해 한 세대가 아니라 두 세대 정도는 훌쩍 뛰어넘은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다.

아벤타도르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겼지만, 땀에 흠뻑 젖은 채 어디에서나 힘겨웠다. 시야도 좋지 않았고, 드라이브 라인의 부드러움도 모자랐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 탄소섬유로 된 차체의 각 모서리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전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스티어링 칼럼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손바닥에 땀이 흥건한 채 도로를 달릴 때 차의 앞머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게만 보였다. 좋은 면에서든 그렇지 않은 면에서든, 아벤타도르는 거칠었다. 솔직히 운전석에서 내릴 때는 가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레부엘토의 운전석에 기어들어 가면(이전보다 타고 내리기가 한결 쉬워졌다), 여전히 V12 람보르기니의 드라마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아벤타도르의 악몽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젠 위협적이라기보다 운전자를 반기는 듯한 이 차의 실내가 그 분명한 이유다. 더 넓고 덜 어수선하며, 착석감과 마감재의 품질이 두루 뛰어나다. 심지어 맥라렌이나 페라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시승차의 무광 탄소섬유와 탠저린 가죽이 모두의 입맛에 맞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아름답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레부엘토는 아벤타도르보다 더 크고 넓으므로, 아무 곳에서나 몰고 다니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 차를 몰고 마을을 통과하는 건, 사다리를 짊어지고 골동품 가게를 지나가는 예전의 느낌은 전혀 아니다. 엔진의 단순한 숫자를 빼고 보면, 이 차는 좀 더 작은 우라칸(Huracán)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저속에서도 역시 깔끔하다. 심지어 리어 뷰 미러가 V12 엔진 부분을 우아하게 비춰줄 뿐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차의 시야는 우라칸보다 조금 더 낫다.

엔진은 운전석 바로 30cm 뒤, 구멍 뚫린 커버로 덮어놓은 깊은 골짜기 아래에 숨어 있다. 아벤타도르의 엔진을 덮고 있던 거대한 투명 커버를 통해 레이스 지향적인 엔진의 탑재 방식과 푸시로드 서스펜션을 엿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기회는 놓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250kg 더 무거운 레부엘토의 엔진 커버를 통해 더욱 전통적인 수직 배치 방식으로 바뀐 이 차의 서스펜션 구성을 볼 수 있다. 

엔진과 섀시에 대해서는 다시 찬찬히 살펴보겠지만, 어쨌든 신형 람보르기니의 첫인상은 대단히 현대적이다. 자, 이번에는 조용한 요소를 들여다보자. 레부엘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전기 구동 기능을 갖춘 최초의 람보르기니 양산 모델이다. 3.8kWh 용량의 배터리 팩은 프런트 액슬에 탑재한 두 개의 모터를 구동하고(814마력을 내는 V12 엔진은 뒷바퀴로만 동력을 전달한다), 8단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에 통합된 다른 하나는 엔진 뒤에 가로로 배치했다.

긴 빵처럼 생긴 배터리는 외부에서 충전할 수 있지만, 주행 중에도 끊임없이 보충한다. 모터는 네바퀴굴림을 제공하고 엔진의 토크를 끌어올리기 위해(물론 동시에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V12를 일깨우지 않고도 6.4km 정도를 조용히 주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빨간색 트리거 케이지(새로운 시대의 람보르기니는 무척 성숙했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는 않았다)를 올리고 시동 버튼을 누르는 대신, 같은 동작을 EV 모드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눅눅한 시골길에 들어서면서 한 일이다.

이 차의 자기 가변성 댐퍼는 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두 가지 모드를 갖고 있는데, 이는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손싑게 선택할 수 있다. 마을을 지나가는 레부엘토는 마치 엄청나게 비싸고 고풍스러우며 짜릿한 오렌지색 닛산 리프(Leaf)처럼 고요하게 나아갔다. 예상치 못한 기발함이 돋보였다. 배터리를 다 소모하거나 파워트레인 다이얼을 ‘도심’(Cittá)에서 ‘스트라다’(Strada) 모드 이상으로 돌리면 디지털 계기반에 ‘V12 엔진이 곧 작동한다’는 메시지가 깜박인다. 이 문구를 ‘갈 데까지 가보자’(Armageddon Loading)라고 바꿨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몇 초 후, 엔진 회전수를 올리며 V12가 섬광과 함께 살아나는 효과는 최신형 내구 레이스 챔피언들이 출발선을 떠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배기음은 능청맞은 레뷰엘토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온갖 강력한 폭발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람보르기니를 몰고 축축한 일반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놀랍게도 훌륭하다. 정말이다! 물론 알핀(Alpine) A110 같은 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진 가속력에만 의존해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슈퍼카도 분명히 아니다.

효율적인 레부엘토의 주행 페이스를 따라가다 보면, 우라칸을 몰고 도심을 달릴 때 느껴졌던 응집력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휠베이스는 아벤타도르보다 80mm 길지만 어쩐지 상당히 짧게 느껴진다. 그래선지 핸들링도 더욱 민첩하다. 물론 신차의 뒷바퀴 조향 시스템도 이와 무관하지 않지만, 이 같은 몸놀림에는 복합재가 풍부한 섀시의 견고함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이 섀시의 근본적인 전자적 복잡성이 해소되는 순간들도 잠시 있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기막힐 정도로 약간의 회전이 일어난다. 그리고 동시에 일관성 없는 스티어링 반응이 스쳐 갈 것이다.

하지만 그 외 모든 시간에는, 이 차가 자연스럽고 신뢰할 만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아벤타도르가 이런 점에서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레부엘토의 훌륭한 승차감과 능숙한 수직 방향 제어 기능이 이 차의 장점을 뒷받침한다. 그 결과, 여러분은 아벤타도르에서라면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한 도달하기 어려웠을 정확성을 유지하며 이 차를 코너로 몰아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접지력이나 스티어링의 노면 반응은 다소 모자라더라도, 레부엘토는 보다 자연스러운 ‘드라이버의 차’가 되어준다.

스티어링 휠 자체는 무척 훌륭하다. 림은 가늘고 단단하며 9시와 3시 방향으로 쥐기에 편안하다. 그리고 람보르기니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변속 패들은 말도 안 되게 크고 훌륭하다. 기어박스도 그렇다. 이 새로운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기존의 자동화한 수동 ISG 기어박스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토크의 흐름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는 변속을 통해, 이 플래그십 람보르기니가 슈퍼카의 본질을 유지하는 게 크나큰 역할을 한다. 신경 써야 할 유일한 건 바로 이 차의 너비다. 코너를 돌 때는 ‘제발’ 측면 안쪽을 조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1001마력을 뽑아내는 코르사(Corsa)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힘을 조심해야 한다.

이 차의 새로운 기어박스는 람보르기니 CEO 스테판 윙켈만의 매끈한 맞춤정장보다 더 세련될 수도 있지만, 최대 회전수에 도달해 차체 뒤꽁무니가 미끄러지는 순간에, 특히 스포츠 모드의 자유롭고 수월한 ESC 튜닝과 함께일 때 더더욱 그렇다. 이 슈퍼카는 궁극적으로, 지금까지 아벤타도르가 그랬던 것보다 더 노골적인 느낌을 주는, 강력한 성능의 리어 엔진 슈퍼카다. 이 모든 요소가 화려한 레부엘토를 악마 같은 존재로 만들어낸다. 놀라운 경지의 핸들링을 경험하라며 여러분을 진심으로 초대하는 이 차는, 이전 V12 람보르기니보다 더 인정받을 만하다. 이 차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속 350km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글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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