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도 제쳐버린 현대車” ..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접수한 한국차의 ‘정체’

아이오닉 5, 타 브랜드 고객 최다 유치
우수한 성능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가 경쟁 브랜드 고객을 가장 많이 끌어오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2024년 9월까지 아이오닉 5 구매자의 74.2%가 기존에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던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9개 전기차 모델 중 최고 수치다.

업계에서는 기존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 비율을 ‘정복(conquest)률’이라 부르며, 시장점유율 확대의 중요한 지표로 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65.5%), 코나 전기차(65.3%)도 높은 정복률을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기아 역시 EV6(70.3%)와 니로 전기차(62.0%)가 상위권에 올랐다.

글로벌 브랜드, 현대차 앞에서 고전

현대차가 경쟁사 고객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동안,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미국 브랜드 중에서는 캐딜락 리릭(72.6%)과 GMC 허머 전기차(71.3%)가 높은 정복률을 기록했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폭스바겐 ID.4(70.3%)와 볼보 XC40 리차지(69.5%)가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라인업은 다소 부진했다. EQE(45.3%), EQS(49.5%) 등 주력 모델들이 브랜드 평균(53.1%)보다 낮은 정복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EQ 라인업의 디자인이 기존 벤츠 이미지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요타의 첫 전기 SUV인 bZ4X는 33.5%의 정복률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바루 솔테라(45.3%)와 렉서스 RZ(47.5%)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정복률이 높은 전기차들은 주행거리, 충전 속도, 출력 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갖춘 모델들”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하위권 모델들은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차의 과제

한편,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영향을 미치며 현대차는 일부 모델의 생산을 조정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울산 1공장 1·2라인(아이오닉 5·코나 EV 생산 시설)의 가동을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중단한다.

최근 내수 시장에서 아이오닉 5는 지난달 75대, 코나 EV는 43대 판매되며 다소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조기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늘지 않으면서, 현대차는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브랜드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내수 시장에서도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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