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차도 결국 갈아탔다”… K-배터리 믿었는데 조용히 터진 ‘이 상황’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사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오히려 시장 내 존재감을 잃고 있다. 시장은 커졌지만 ‘파이의 몫’은 줄어든 것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1~6월) 전 세계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하이브리드(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608.5GWh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과실 대부분은 중국 업체들이 가져갔다.
CATL, 점유율 40% 턱밑…중국 7개사가 시장 72% 장악
1위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25.3% 성장한 242.7GWh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38.2%에서 39.9%로 끌어올렸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5개 중 2개꼴로 CATL 제품이 탑재된 셈이다.
2위 BYD는 87.7GWh로 성장률이 1.6%에 그쳤지만,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만 54.3%에 달한다. 여기에 4위 CALB(31.2GWh·+39.5%), 5위 고션(28.0GWh·+43.3%), 7위 EVE에너지(20.9GWh·+51.7%) 등 중견 업체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위 10개사 중 중국계 7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72.4%까지 치솟았다. 전년 동기보다 1.5%p 오른 수치다.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의 강세 배경으로 거대한 내수 시장,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원가 경쟁력, 그리고 빠른 제품 전환 속도를 꼽았다. LFP는 니켈·코발트를 쓰지 않아 원가가 낮고 안전성이 높은 배터리 화학 체계로, 대중형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LG엔솔 점유율 8.6%로 하락, SK온은 물량도 줄었다
국내 배터리 대표 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52.6GWh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지만, 시장 평균 성장률(20%)에 크게 못 미치면서 점유율은 9.6%에서 8.6%로 1.0%p 하락했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상대적 존재감은 약화된 ‘점유율 하락 속의 양적 성장’이라는 모순된 성적표다.
SK온의 상황은 더 엄중하다. 상반기 탑재량이 19.0GWh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고, 점유율도 4.0%에서 3.1%로 0.9%p 떨어졌다. 물량과 점유율 모두 후퇴한 것이다.
SNE리서치는 한국·일본 업체들의 성장 둔화 원인으로 주요 고객사인 북미·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지역별 판매·생산 조정을 지목했다. 특정 OEM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발주 변동에 취약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규모보다 규제 대응력”…K-배터리의 돌파구는 어디
SNE리서치는 향후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을 가를 요소로 지역별 생산 거점의 가동 효율, 고객 다변화, LFP·차세대 원통형 등 제품 믹스 전략, 그리고 공급망 규제 대응 역량을 제시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도입을 위한 디지털 등록 체계와 공급망 추적 준비가 구체화되고 있어,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선 규제 적합성이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미 시장 역시 정책·수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지 생산 요건과 공급망 원산지 규제가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계획을 흔들고 있다. 중국이 ‘볼륨·가격·속도’ 영역을 장악한 지금, 한국 업체들에게는 프리미엄 완성차용 고성능 배터리와 북미·유럽 규제에 최적화된 공급망 구축이 유일한 차별화 경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