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급 한국차” 정작 국내에선 삼각빤스 조롱
배터리 123.5kWh·합산 666마력, 현대차그룹 역대 최대 스펙
시동버튼 없애고 도어 열면 전원 켜지는 세계 최초 코치도어까지
국내 커뮤니티는 그릴 두고 조롱, 해외 매체는 롤스로이스급이라 극찬
공개되자마자 그릴 두고 “삼각빤스” 조롱

지난 8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제네시스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와 ‘GV90 네오룬’이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브랜드 최초의 초대형 전동화 SUV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작 공개 직후 국내에서 가장 뜨거웠던 반응은 성능이 아니라 얼굴이었다.
GV90은 제네시스의 상징이었던 크레스트 그릴을 걷어내고 전기차 전용 디자인 언어를 새로 적용했다. 그런데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새 그릴을 두고 “삼각빤스 같다”, “여자 팬티처럼 보인다”는 노골적인 조롱이 쏟아졌다. “두 줄 램프가 제네시스의 상징 아니었나”, “기대했던 디자인이 아니라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꾸는 시도가 늘 그렇듯, 공개 직후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문제는 이 디자인 논란이 국내에 국한된 반응이라는 점인데, 정작 해외 자동차 매체들의 평가는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역대급 스펙…배터리만 123.5kWh, 합산 666마력

디자인 논쟁과 별개로, GV90의 파워트레인 수치만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 양산차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배터리 용량은 약 123.5kWh로 현대차그룹 전동화 모델 중 가장 크고, 전륜 240kW(326마력)·후륜 250kW(340마력) 모터를 조합해 합산 출력 약 490kW(666마력), 최대토크 800Nm을 낸다.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481km이며, 도심 주행 시 최대 503km, 고속도로 주행 시 453km, 저온 환경에서는 431km로 국내 인증 기준에 맞춰 공개됐다. 35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22분이면 채울 수 있다. 공차중량은 3,030~3,060kg 수준이며,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을 기반으로 한다.
앞뒤 모터를 독립 제어하는 듀얼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도 현대차그룹 최초로 탑재됐다. 대형 전동화 SUV에서 순간 가속력과 노면 대응력을 동시에 잡기 위한 장치로, 스펙만 보면 동급 프리미엄 전기 SUV 중에서도 상위권에 든다.
세계 최초 코치도어에 시동버튼도 없앴다…해외에서는 롤스로이스급 극찬

가장 화제가 된 신기술은 GV90 네오룬에 적용된 ‘B필러리스 코치도어’다. ‘네오룬 아치 게이트’로 불리는 이 구조는 듀얼 모션 힌지를 이용해 B필러 없이 앞뒤 도어가 독립적으로 열리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 적용이라는 게 제네시스 측 설명이다. 앞좌석에는 180도로 회전하는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까지 더해졌다.
편의·안전 사양도 파격적이다. 일반적인 시동 버튼을 아예 없애고, 도어 핸들을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면서 도어가 자동으로 열리는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전복 사고 등 중상 위험이 큰 상황에 대응하는 유리 지붕 에어백, 주행 중에는 23.6인치였다가 정차 시 90mm 상승해 24.6인치가 되는 팝업형 센터 OLED 디스플레이, 25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25개 스피커, 7.1.4채널 돌비 애트모스), 최대 5도 범위로 뒷바퀴를 꺾어 회전반경을 중형차 수준으로 줄이는 후륜조향까지 탑재됐다.
이런 기술과 사양을 두고 해외 매체들의 평가는 국내 커뮤니티의 그릴 조롱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모터트렌드는 “캐딜락, 레인지로버, 심지어 롤스로이스까지 정조준했다”며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 사이에서 시장 판도를 흔들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고, 탑기어는 “프라이빗 아트 갤러리의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오토 익스프레스는 둥근 실루엣이 한국의 달항아리를, 복사열 바닥 난방 시스템이 온돌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같은 차를 두고 국내에서는 그릴 조롱, 해외에서는 롤스로이스 비교가 동시에 나오는 셈이다.
정작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식 프리미어 이전 업계에서는 기본 트림 기준 1억 원대 중반에서 2억 원 안팎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전 추정치일 뿐 제네시스가 공식 발표한 수치는 아니다. 국내 출시는 2027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확한 트림별 가격은 출시 시점에 가까워져야 확인될 전망이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이미 갈렸지만, 스펙과 신기술만 놓고 보면 GV90은 제네시스가 그동안 내놓은 양산차 중 가장 공격적인 모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릴 하나로 조롱을 받을지, 아니면 실물을 본 뒤 반응이 달라질지는 국내 출시 이후 가격표가 공개되는 순간 다시 한번 화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