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8대 들이받았는데 봐줬다?” 음주운전 경찰간부 최종 징계
벌금 1천만 원 뒤 강등 결정
면허취소 수치 0.124%
파면과 강등은 무엇이 다른가
8대를 들이받고도 직을 지켰다

사고는 올해 3월 11일 오전 7시 30분쯤 청주의 한 골목에서 났다. 충북경찰청 소속 경정이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주차된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4%였다.
7월에는 법원이 벌금 1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10월 13일 새로 확인된 것이 경찰청 징계위원회의 최종 결정이다. 결과는 파면이나 해임이 아닌 강등이었다. 사고 자체는 반년 전 일이지만, 이번 소식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지금 시작된다.
시민 눈높이에서는 이 결과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차량 8대를 들이받는 음주운전이라면 공직에서 나가는 게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간극은 감정의 문제이기 전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제도가 만든 것이다.
처벌 따로, 징계 따로

형사처벌과 공무원 징계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따진다. 법원은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징계위원회는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신뢰를 따진다. 그래서 벌금으로 끝난 뒤에도 징계는 별도로 진행된다.
■ 형사 결과: 올해 7월 벌금 1천만 원 약식명령
■ 징계 결과: 경찰청 징계위원회 강등 처분
■ 중징계의 범위: 강등도 중징계지만 파면·해임처럼 공직에서 퇴출되는 처분은 아님
■ 사고 수치: 혈중알코올농도 0.124%,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 연쇄 충돌
강등은 계급이 한 단계 내려가는 처분이다. 직급이 곧 보수와 지휘 권한, 향후 승진 경로로 이어지는 경찰 조직에서는 가볍지 않은 불이익이다. 그러나 신분은 유지된다. 퇴출과 강등 사이의 이 차이가 시민의 분노와 조직 내부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다.
▲ 피해 규모와 혈중알코올농도가 징계 양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 경찰관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품위유지 의무를 적용할 것인지
▲ 징계 기준이 시민의 법 감정과 얼마나 맞는지
모든 음주운전 경찰이 같은 결과를 받는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이번 처분은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두고 징계위가 내린 판단이다.
솜방망이 논쟁의 진짜 쟁점

이 사건을 단순히 솜방망이 처벌이라고만 말하면 논쟁은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 쟁점은 강등이 가볍냐 무겁냐가 아니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조직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을 어디까지 남겨 둘 수 있느냐는 기준의 문제다.
경찰은 시민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직업이다. 그래서 같은 위반이라도 경찰이 하면 신뢰의 손실이 몇 배로 커진다. 이 손실은 벌금으로도, 계급 한 단계로도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징계 기준이 시민 신뢰라는 비용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점검받아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처분 수위보다 제도의 설계다. 형사와 징계가 분리된 구조 속에서 신뢰 훼손을 가장 크게 반영하는 장치가 무엇인지, 그 답은 이번 강등 결정이 아니라 앞으로의 징계 기준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