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공장서 차 안 만든다”… 14년 역사 전기차 라인 싹 뜯어낸 테슬라의 결단


테슬라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의 초기 생산을 공식 개시했다. 고급 전기차 모델 S·X를 생산하던 라인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로봇 생산 설비를 갖췄다.
테슬라는 10월 21일(현지 시각) 공개한 3분기 실적 자료를 통해 프리몬트 공장의 옵티머스 생산 개시를 발표했다. 회사는 “이 라인에서 생산되는 로봇은 우리가 처음 제조한 양산 품질 수준의 로봇”이라며 “현재 제조 공정이 상용 제품 생산에 적합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모델 S·X 14년 역사 마감하고 로봇 공장으로
이번 생산 개시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테슬라는 2026년 5월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 S와 모델 X 생산을 공식 종료했다. 모델 S는 약 14년, 모델 X는 약 11년간 테슬라를 대표한 고급 전기차였지만, 판매량과 생산 효율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지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이후 해당 공간은 옵티머스 생산 설비를 갖추기 위한 공사가 진행됐다.
테슬라는 같은 해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델 S·X 생산 라인을 철거하고 옵티머스 생산 설비를 설치 중이라며 ‘곧 생산을 시작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약 3개월 만에 실제 생산 라인이 가동된 것이다. 프리몬트 라인의 장기 목표는 연간 약 100만 대, 주당 약 2만 대 생산이다.
일론 머스크 “외부 인도는 2027년 말 목표… 아직 갈 길 멀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설명회에서 외부 기업에 대한 옵티머스 인도를 2027년 말쯤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리몬트 공장의 생산 라인 설비 대부분이 도착했지만, 주당 2만 대를 생산할 수준까지 확대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는 안전성과 신뢰성, 내구성 확보를 위해 설계를 더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달 만에 닳아서는 안 된다”고 직접 언급했다.
자동차와 다른 로봇 생산의 복잡성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두 복잡한 기계 제품이지만 생산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자동차는 차종별로 부품과 공정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지만, 휴머노이드는 관절, 손가락, 촉각 센서, 케이블, 모터 등 소형 정밀 부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또한 자동차는 도로라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운행되지만, 로봇은 인간 작업장처럼 변수가 많은 환경에서 움직여야 한다.
특히 손은 물체를 집고, 돌리고, 눌러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자동차 부품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와 내구성이 요구된다. 옵티머스의 손과 전완부에는 100개가 넘는 소형 부품과 다수의 구동 장치가 들어가며, 촉각 센서의 신뢰성도 현재 업계가 주목하는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센서 고장 시 손 전체를 교체하지 않고 부분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보다 어려운 ‘작업 학습’… 옵티머스 아카데미 구축

로봇을 만드는 것과 로봇이 실제로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테슬라는 로봇들이 다양한 작업을 반복하며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옵티머스 아카데미’를 구축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수많은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현장 배치 대수 자체가 적고 작업 종류도 제한적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테슬라가 확보해야 할 학습 데이터는 ▲물체를 잡고 놓는 동작 ▲부품 분류 및 운반 ▲다양한 크기와 재질의 물체 조작 ▲예외 상황 판단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 시 안전 대응 ▲반복 작업에 따른 부품 마모·고장 데이터 등 광범위하다. 머스크도 이를 두고 “자동차와 달리 로봇에는 학습 데이터를 수집할 대규모 운행 차량이 없다”며 근본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테슬라의 강점과 업계 경쟁 구도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은 대량생산 역량이다. 배터리, 모터, 전력전자, 컴퓨터 비전, 자동화 조립 분야에서 축적된 제조 노하우를 로봇 생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규어AI(Figure AI), 앱트로닉(Apptronik),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등 경쟁사 다수가 시제품 제작과 제한적 현장 테스트 단계에 머무는 반면, 테슬라는 처음부터 대량생산 라인을 구축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차별성이 있다.
옵티머스의 상용화가 현실화될 경우 초기 수요는 일반 가정용보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공장, 물류센터, 배터리·반도체 제조, 위험물 취급 현장, 야간·반복 작업이 많은 산업이 우선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머스크도 외부 공급 초기에는 위험하고 반복적이며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작업을 주요 대상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