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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유럽서도 쾌속질주… 올해 판매량 경유차 처음 앞질러

‘경유(디젤) 자동차 본산’인 유럽에서 전기차 연간 판매량이 디젤차를 처음으로 제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자 디젤차 퇴출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3월 유럽 30개국의 승용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43만3298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2만3939대가 신규 등록된 디젤차를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이 같은 흐름은 4월에도 이어졌다. 올 1∼4월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55만9733대, 디젤차는 55만391대였다. 전기차가 1만 대가량 우위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유럽 내 판매된 신차 중 디젤차는 552만5193대였지만 지난해에는 163만9766대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19만9662대에서 약 7.9배인 157만5079대로 폭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가 디젤차의 연간 판매를 앞지르는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 옥죄는 유럽의 디젤 규제

디젤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환경 규제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자동차의 유해가스 배출 제한을 대폭 강화한 ‘유로7’ 기준을 2025년 7월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모그와 산성비를 유발하는 산화질소와 이산화질소 배출량을 유로6에 비해 승용차의 경우 35%, 트럭과 버스는 56% 감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디젤 엔진은 힘과 연비가 우수했지만 질소산화물과 같은 유해물질 배출이 많다. 이런 이유로 2035년부터는 EU 내에서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함에 따라 디젤차는 이제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올 1∼4월 승용 전기차가 12만4476대 신규 등록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늘어났다. 프랑스도 전년 동기 대비 45.9% 급증한 8만1972대, 영국은 25.5% 증가한 9만6752대가 팔렸다. 특히 노르웨이는 1∼4월 판매된 신차 중 84.2%(3만1702대)를 전기차가 차지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기차 신차 등록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 국내서도 디젤 퇴출 가속화

국내에서도 전기차가 경유차 판매를 앞지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유 승용차 판매량은 8039대였다. 반면 전기 승용차 신규 등록은 1만1461대에 달했다. 연간 전기차 보조금 지원액이 확정되기 전이었던 올 1∼2월에는 디젤차가 전기차 판매를 앞섰으나 3월부터는 전기차가 앞섰다. 최근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유럽에서 디젤차가 안 팔리자 국내에서 많게는 1000만 원대 할인을 미끼로 ‘디젤차 떨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전기차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디젤차 소유자에게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면서 ‘디젤차 퇴출’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다만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까지 포함한 전체 차량 중에서는 여전히 경유차가 더 많이 팔린다. 4월 등록된 전체 신차 중 경유차는 2만4404대다. 전기차는 1만5544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크기가 크고 무거운 트럭이나 특수차에 대해선 아직 전기차 개발이 더뎌 여전히 디젤차가 많이 팔리는 실정”이라며 “글로벌 환경 규제를 생각한다면 완성차 업체와 정부가 합심해 상용차 부분에서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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