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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의 이중 생활

박기민

키친 브랜드 ‘MMK’ 대표이자 공간 스튜디오 ‘라보토리’를 운영했다.취미로 작곡을 시작해 작은 앨범을 준비 중이다.

나는 세상에 궁금증을 가진 아이였다. 폭넓고 다양하게 펼쳐진 관심사 때문에 어머니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종종 물었다. “기민아, 너는 왜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니?” 특히 예체능 분야를 좋아했는데, 각 분야에 대한 관심은 나만의 양분을 만들어줬다.
이런 성향은 직업에도 반영됐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충만했던 나는 의류업과 요식업 등에서 경험을 쌓고, 보통의 대학 신입생보다 다섯 살 많은 나이에 실내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학업을 마치고 약 12년 동안 공간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더현대 서울 VIP라운지’ ‘D뮤지엄 아크로 포레스트’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각 분야에서 개인적 성취를 입증했다.

공간디자이너로서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시각과 청각의 상호작용이다. 공간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내게 새로움을 창조하고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다름 아닌 ‘음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다시 말해 내 디자인 언어는 음악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시메온 텐 홀트(Simeon ten Holt),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같은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가들은 내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반복적인 비트와 리듬 그리고 멜로디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규칙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곤 했다. 청각적 요소가 다른 감각에 영향을 주는 것을 느끼며, 영화나 전시에서 음악 연출에 따라 경험자가 느끼는 감각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직접 설계한 공간에 내 조각 작품과 음악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 음악을 하는 친한 동생에게 “음악 하는 법 좀 알려줘”라고 무심히 던진 말이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음악 작업의 시작점이 됐다. 처음 만들기 시작한 건 앰비언트 음악. 다소 니치한 장르라 지금은 누구나 흥을 느낄 수 있는 비트의 테크노를 만들고 있다. 6월에 첫 LP 앨범을 낼 계획이다.

모든 일은 연결돼 있고, 독립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우리가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감각이 뇌에서 해석되고 융합된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후각도 실은 코의 내부가 아닌, 전기 신호를 통해 후각 피질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결국 뇌의 연산 처리 과정인 셈이다. 이런 ‘감각의 상호연결성’을 이해하며 여러 감각이 어떻게 서로 보완하고 강화하는지 탐구하는 것은 내게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음악을 통해 시각적 디자인을 구상하고, 반대로 시각적 에너지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나에게 음악은 실체화되지 않은 상상을 공간으로 풀어내기 위한 중요한 촉매제다.
우리 모두는 창조하려는 본능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내 여정은 단순히 직업을 넘어 삶을 정의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개인 전시를 위한 음악 제작에 몰두 중이다. 전시를 통해 내 안에 잠재된 감각과 의식이 더욱 선명해지리라 믿는다. 나의 모든 창작 활동은 삶의 모든 순간에서 본질적 모습을 포착하려는 시도이자, 그것을 통해 나를 지키려는 노력이다. 앞으로도 감각과 감각 사이에서 ‘나다움’을 발견하고, 감각의 본능적 욕구를 발현해 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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