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되짚어보면 1897년, 구찌 창립자인 구찌오 구찌는 고향 피렌체를 떠나 런던으로 향했다. 구찌오 구찌가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포터로 일하던 역사적인 시기, 그는 호텔 상류층 고객과 직접 대면하면서 그들의 고급스러운 취향과 생활방식을 열성적으로 관찰했다. 호텔을 드나드는 상류층의 옷차림과 스타일, 개인 소지품은 구찌오 구찌에게 빛나는 영감을 주었고, 1921년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찌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고향 이탈리아에서 자신만의 패션 세계와 몸으로 체득한 영국 패션 스토리는 지금까지 구찌 하우스를 견고하게 지탱해 온 요소다. 그중에서도 수트케이스를 비롯한 여행용 가방은 구찌의 이름과 존재감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브랜드 창립 초기에는 다양한 소재와 함께 오랜 연구 끝에 선보인 백들이 크게 인기를 끌어 ‘뱀부’와 ‘홀스빗 1955’, ‘재키 1961’ 백 등은 지금도 회자되는 아이코닉 백이다.
이후 구찌는 1970년대 초, 원형으로 재탄생한 아카이브 인터로킹 G(Interlocking G)가 돋보이는 ‘블론디’ 백을 선보였다. 무한한 자유와 역동적인 에너지로 꿈틀대던 1970년대의 시대상을 담아낸 이 핸드백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새로운 엠블럼과 하우스에서 자주 사용하던 부드러운 스웨이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커다란 G 로고와 넉넉하면서도 실용적인 사이즈, 부드럽고 우아한 소재와 컬러를 장착한 블론디 백은 당시 수많은 패션 아이콘의 사랑을 받으며 ‘잇’ 백으로 등극했다.
세월이 흘러 2024년 현재,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에서 젊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의 2025 크루즈 컬렉션이 공개됐다. 과거 사보이 호텔에서 투숙자들을 열성적으로 관찰했던 구찌오 구찌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바토 데 사르노는 런던에서 경험한 각양각색의 장소와 사람, 이를 통해 건져 올린 아이디어와 개인적인 스토리에 구찌 유산을 접목해 구찌와 런던의 특별한 연결 고리를 조명했다.
특히 사바토 데 사르노는 이 연결 고리를 위해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블론디 백을 런웨이에 등장시켰다. 토스카나 가죽 혹은 GG 모노그램 캔버스 등 구찌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소재로 무장한 2024년 블론디 백의 등장은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다. 시그너처 G 로고는 가죽으로 제작되거나 1970년대에 구찌가 주얼리에서 사용했던 에나멜 테크닉을 적용한 소재로 만날 수 있다. 구찌 아이덴티티가 단번에 느껴지는 이 기념비적인 백의 재등장은 하우스의 과거와 현대를 견고하게 연결하면서 다가올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구찌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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