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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의 작가, 이배의 꿈이 불타버린 이유

달집태우기’라고 들어보셨나요? 정월 대보름날, 짚과 나무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지르며 복을 기원하는 한국의 전통 세시풍습이에요. 그런데 이 전통이 전례 없는 스케일로 현대미술과 만났습니다.

정월 대보름이었던 지난 12일, 경북 청도천의 거대한 섬 위에 하얀 천이 펼쳐졌습니다. 이배 작가가 버튼을 누르자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어요. 붉게 타오르는 불꽃 아래, 그의 1년간의 프로젝트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청도에서 베니스로, 베니스에서 청도로

이 퍼포먼스는 단순한 불놀이가 아니었어요. 사실 이 퍼포먼스는 이배 작가가 1년 간 진행한 〈달집태우기〉 개인전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면이었죠. 섬에 덮었던 천은 그가 베니스에서 선보였던 천 작품이었고요.

그는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시 주제를 본인의 고향, 청도의 세시풍속 ‘달집태우기’로 정했어요.

이를 모티브로 청도에서 찍은 영상 작품 〈버닝〉과 과감한 붓칠이 담긴 천 작품 〈붓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공개했습니다. 이후 작품들은 다시 청도로 돌아왔고, 불길 속에서 마침내 재가 되었죠.

청도에서 태어나 청도로 돌아온 작품. 이배 작가는 순환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의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탄생과 소멸이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숯의 작가’로 불리던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영상과 설치 예술로 영역을 확장하며, 우리 전통문화가 현대미술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불꽃처럼 강렬하게, 그러나 자연의 이치에 맞게. 그의 예술 세계는 이렇게 하나의 순환을 마무리하고 다음 순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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