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는 호텔”…삼성 반도체 ‘큰 손’ 유치할 ‘5성급’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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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TSMC 보다 많은 60억 달러 보조금 수령 전망 나와

파운드리 CAPA·3nm 이하 기술 외 ‘맞춤형 서비스’ 업그레이드 필요

삼성전자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삼성전자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대만 TSMC 보다 10억 달러(1조3000억원) 더 받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 상황은 기회이자 위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을 더 받고 호텔(=파운드리)을 세우는 것과, 호텔에 손님을 유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경쟁에서 속도전을 펼치는 한편 IP(설계자산) 확충, 디자인 서비스 확대 등 ‘맞춤형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것으로, 업계 ‘큰 손’ 유치로 이어질 핵심 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6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확정안은 이달 말 발표된다.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액수다.

업계는 4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TSMC(50억 달러) 보다 삼성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추가 투자 로드맵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삼성은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650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팹을 짓고 있다. 미 상무부가 밝힌 보조금 한도는 설비 투자액의 5~15%로, 삼성은 최대 25억50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를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오나 현지 언론에 보도된 60억 달러는 이를 두 배 이상 웃돈다.

이는 삼성이 보조금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팹 신·증설을 제시, 보조금 증액을 끌어낸 결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022년 7월 삼성전자가 테일러 9곳, 오스틴 2곳 등 반도체 생산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주정부 감사관실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2035년부터 신설 공장 가동이기는 하나 워낙 대규모인데다 중장기적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미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8조원의 보조금을 손에 넣는 대신 미국이 대가로 제시한 독소 조항을 감내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달성하면 미 정부에 보조금에서 최대 75%까지 공유해야 하며, 생산 장비와 원료명 등도 기재해야 한다. 중국과 공동 연구를 하거나 기술 이전을 할 수도 없다. 지적재산·영업비밀 노출이라는 리스크는 물론 중국 사업 동력에도 힘이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삼성이 보조금 전쟁에 뛰어든 것은 미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제외될 경우 손실이 더 크다고 진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AI(인공지능)반도체가 뜨면서 오픈AI, MS(마이크로소프트) 등 미 기업들이 동맹군 모집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은 14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K스타트업&오픈AI 매칭 데이’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상적인 회사다. 협업하고 싶다”고 언급하며 파운드리 대상으로 국내 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위협과 기회가 모두 공존하는 상황에서 위협을 줄이고 기회요인을 늘리려면 삼성전자가 약속한 초격차 기술을 갖춘 팹, 이를 뒷받침할 수주가 뒤따라야 한다. 삼성이 미국에 추가 팹을 짓겠다고 미 정부에 어필한 것도 이 같은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업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업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은 품질·규모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중이다. 최선단 기술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는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기술로, 2025년까지 3D 기술을 GAA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술 개발과 더불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도 확충한다. 이른바 ‘셀 퍼스트’ 전략으로, 평택과 테일러 기준으로 2027년 클린룸 규모는 2021년 보다 7.3배 확대된다. 곧이어 테일러와 오스틴에 신공장을 짓게 되면 생산능력은 이 보다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2022년 12월 DS(반도체사업)부문 내 AVP(어드밴스드 패키징) 사업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작년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이같은 계획이 적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차세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IP 파트너와의 협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호텔', 걸맞은 룸·서비스 선제돼야 객실률 따라와

이는 결국 경계현 사장이 강조해온 ‘파운드리=호텔’ 구상과 맞물린다. 그는 지난해 6월 연세대 강의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호텔 산업으로 비유하고 있다. 좋은 호텔은 방도 깨끗할 뿐 더러 고객들이 와서 편하게 지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원하는 게 다 다른 만큼 여러가지를 구비해놔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여러 룸을 구비한 호텔은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산능력이 룸이라면 맞춤형 서비스는 IP(시스템 설계자산), 디자인하우스(반도체 설계 후공정업체)·패키징 기술 고도화 등으로 비유된다. 이런 호텔이라면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고객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TSMC는 세계 각국에 파운드리 깃발을 꽂고 있다. 여기에 발 맞춰 일본은 조 단위 보조금은 물론, TSMC가 공장 가동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마모토 1공장의 공기를 5년에서 20개월로 단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객들의 여전한 TSMC 선호도 부담 요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작년 4분기 TSMC 점유율이 61.2%로 전분기 보다 3.3%p 증가했다고 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1.1%p 줄어든 11.3%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트렌드포스는 TSMC의 3nm 생산이 확대되면 첨단 공장 매출 점유율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전망은 주요 고객사들의 발주가 TSMC에 쏠려있다는 의미로, 삼성의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나타낸다.

삼성은 크게 벌어진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생산능력과 초격차 기술 등 양과 질을 모두 개선하는 동시에 애플, 엔비디아 등 반도체 ‘큰 손’ 유치에서 성과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사 보다 열위에 있다고 지적되는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제조사 신뢰, 파운드리 전·후공정 서비스 등에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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