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 …의대로만 몰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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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가장 비싼 것이 공짜 점심이다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첨단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하는 미국이 낸 해결책은 돈이다. 중국이 첨단산업에 보조금 주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독으로 규정해 제재를 하던 미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지만 미국이 하면 경제안보로 당연한 것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파운드리시장이 1053억 달러 규모인데 미국은 시장 규모의 50%에 달하는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5년간 지급하면서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공장 보조금은 인텔이 100억 달러,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가 50억 달러 선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TSMC보다 많는 6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세계 파운드리업계에서 2위라고는 하지만 시장점유율 61.2%인 TSMC의 18% 선인 11.3%에 불과한 2위다.
미국이 파운드리에서 절대강자인 대만보다 한국 기업에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수 있다. 첨단 파운드리 반도체와 관련해 기술과 생산에서 절대강자인 대만의 대미 투자를 더 많이 유도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한국이 대만보다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만보다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에 마냥 환호하기보다는 그 배후가 더 궁금하다.
세계 최강의 반도체 국가 미국이 주는 돈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수령하는 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서 공장 증설은 제한받고, 미국의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 자료 제출 등 4가지 의무가 생긴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와 공유하는 것이지 보조금 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첨단 공장의 시설 접근권과 상세 회계정보의 제공은 그 정보가 미국 경쟁 기업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을 못한다. ‘새는 모이에 목숨 걸다 죽고 사람은 공짜에 목숨 걸다 죽는다’는 말이 있다. 보조금에 혹하다 보면 미국의 보조금 함정에 빠져 기술만 털리고 나오는 ‘기술 거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 영토, 자원이 국력의 주요 요소였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가 국력이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변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가 등장했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돈에게 물어보면 답이 있다. 지금 세상은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고 금보다 비싼 것이 엔비디아의 GPU 칩셋이다. 반도체 팹리스 회사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로 한국 GDP의 129%나 되고 세계 3위 경제권인 일본 GDP의 52% 수준이다.
미·중 패권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 빅데이터에서 IP를 뽑고 이걸로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로봇의 머리에 집어 넣으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그래서 미국이 미·중 패권 전쟁에서 중국에 추월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2023년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기술 차단,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제한, AI용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실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미·중의 전쟁은 AI전쟁이다, 미국보다 4배나 많은 휴대폰 가입자를 가진 중국은 빅데이터에서는 미국을 넘어섰지만 거대한 빅데이터를 처리해 AI를 만드는 데에 아킬레스건이 반도체다. 지금 AI의 인프라 산업으로 반도체가 없으면 빅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무용지물이다. 미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보조금으로 주면서 해외 반도체 생산 기업을 미국 내로 내재화하려는 것은 바로 AI전쟁 시대 첨단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이고, 첨단 반도체 보조금은 국방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쩐의 전쟁, 진짜 문제는 인재다.
기존 기술과 현재 AI기술의 차이는 기존 기술은 생활 기술이었지만 AI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모든 분야의 생태계가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과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인공 신(神·Artificial God)’의 경지에 올랐다.
AI전쟁 시대에 이 ‘인공 신’을 만들려는 미국의 반도체 내재화에 인도, 일본, 유럽, 중국도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60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퍼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라인 하나 건설하는 데 250억 달러 이상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생산은 이제 국가대항전이고 국가 간 ‘쩐(錢)의 전쟁’이다
미·중 기술전쟁의 종착역은 AI전쟁이다. AI의 인프라인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만 가능하고, 미·중 모두 한계가 있다. ‘인공 신’ 시대에 HBM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신(神)이 돕는 나라’다.
문제는 18개월마다 2배씩 집적도가 높아지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 실리콘기판 반도체는 1나노 이상 되면 분자보다 더 작은 회로를 그리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오고 이를 넘어서려면 판을 엎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결국 이를 넘어서는 것은 뛰어난 인재의 아이디어다.
첨단 반도체 국가대항전의 ‘쩐(錢)의 전쟁’ 시대에 돈은 퍼부을 수 있지만 인재는 길러야 한다.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이다. 한국도 우수 이과 인력이 의대로만 몰려가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문제가 된다. 의사 증원도 시급한 문제지만 국가전략산업으로 반도체 엔지니어 육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남들과 같이 해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는 어렵다. 인도, 일본, 유럽, 중국, 미국까지 나서서 국가산업으로 반도체를 육성하고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대항전에서 반도체를 재벌의 수익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쩐(錢)의 전쟁’을 민간기업에만 맡기면 ‘신(神)이 돕는 나라’일지라도 그 미래는 보장하지 못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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