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부동산 공모펀드 청산…무너진 ‘해외 건물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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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부동산 공모펀드 청산…무너진 '해외 건물주 꿈'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가 21일 상장폐지된다. 개인투자자들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분배금)에 자산 매각에 따른 자본이득까지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1주일 만에 완판될 만큼 인기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동산 가치 하락이라는 변수에 부딪혀 좌초됐다.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청산 후에도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맵스미국9-2 투자자들에게 자산 매각 및 펀드 조기 청산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로 21일 상장폐지한다고 통보했다. 원본액은 2941억 1820만 원 수준이다.

해당 펀드는 2016년 미래에셋운용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미국 부동산 투자 공모펀드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빌딩 4개동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당시 기관의 전유물이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를 개인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티나게 팔려 1주일 만에 3000억 원이 완판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상업용부동산 가치가 급락했다. 현재 미국 도심업무지구 오피스 가격은 2022년 고점 대비 4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주요 도시 상업용부동산 평균 공실률은 19.6%로 197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맵스미국 9-2호가 투자한 댈러스 지역은 그중에서도 공실률이 높은 상위 3위 안에 포함된다.

이에 미래에셋운용은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리파이낸싱이 아닌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는 안을 택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매입 가격(9786억 원)보다 약 20% 낮은 7879억 원에 자산을 매각했다. 18일 기준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49.77%다.

매년 4~6%의 분배금을 꼬박꼬박 받던 개인투자자들은 청산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주장도 나온다. 4500만 원을 투자했다는 투자자 A 씨는 “은행이나 학교 같은 기관이 임차한 건물이라 안전하다는 판매 직원의 말을 믿었고 반기마다 정상적으로 배당이 들어와 전혀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투자자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자산을 매각하는 게 옳은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자산운용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송했으며 기준가 공시도 꾸준히 해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부실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임대형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21개로 설정액은 2조 28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조 원가량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펀드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기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파생형)’의 1년 수익률은 -81.83%를 기록했고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 1(-42.35%)’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11(-36.84%)’ 등 순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미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지속되고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자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만기 연장으로 마냥 (펀드를) 끌고 가는 게 정답인지에 대한 의견이 전문가 사이에서도 분분하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해외 부동산 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지역별·자산종류별 리스크를 측정하는 모니터링 지표를 만들어 업계 스스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상반기 중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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