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아연·LG화학 전구체 합작사 “다른 곳에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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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루=정예린 기자] 고려아연 자회사인 켐코의 최내현 회장이 LG화학과 합작 설립한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의 고객사 다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극재 대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의 자체 생산능력을 강화, 안정적인 ‘K-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입지를 다진다는 포부다. 

13일 싱가포르 경제지 ‘월드폴리오(The Worldfolio)’에 따르면 최내현 회장은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LG화학이 독자적인 전구체 제조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KPC는 지적재산권 제약으로 인해 다른 회사에 (전구체를)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다”면서도 “LG화학이 필요한 전구체를 100% 구매한 후 구매량이 생산 용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LG화학의 동의를 받아 다른 고객에 판매를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KPC는 LG화학과 켐코가 지난 2022년 설립한 전구체 생산 합작사다. 2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산업단지 고려아연 공장 인근에 연간 2만 톤(t) 규모 공장을 지었다. 올 3월 완공 후 시험 가동에 돌입한지 2주일 만인 지난달 중순 전구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전구체를 생산하려면 황산화 작업을 거친 니켈, 코발트, 망간이 필수적이다. 이중 황산니켈이 가장 비싼 핵심 원료로 꼽힌다. 가격 측면 뿐만 아니라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는 하이니켈 전구체 도입 사례도 늘고 있다. LG화학이 황산니켈 제조사 켐코와 손을 잡은 이유다.

황산화하기 전 니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 또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한 요소인데, KPC는 재활용 니켈을 적용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전체 전구체 생산량의 약 절반(연간 1만1000t)에 투입되는 니켈 원료는 LG화학과 고려아연 간 협력으로 탄생한 재활용 니켈이다. 나머지 약 9000t은 세계 각국 파트너사를 통해 니켈을 들여온다. 

LG화학은 KPC로부터 공급받은 전구체를 활용해 양극재를 생산한다. KPC가 제조한 한국산 전구체는 LG화학의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북미산 양극재로 재탄생한다. 이 양극재는 제너럴모터스(GM)에 납품된다. LG화학은 지난 2월 GM과 전기차용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최소 24조7500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한다. 

최 회장은 “서구 가격으로 시장에서 새로운 니켈을 조달하고 이를 전구체로 변환하면 중국 제품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재활용 라인을 KPC 운영에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KPC 울산 공장 가동을 계기로 켐코의 황산니켈 사업도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켐코 황산니켈 제조 역량을 풀가동해 KPC의 전구체 생산에 발 맞춘다는 방침이다. 

그는 “켐코의 명목상 황산니켈 생산 용량이 8만t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구체 생산자와 소비자의 부재로 인해 우리는 50~55%의 생산능력만 운영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내 전구체 생산을 구현함으로써 2025년부터 황산니켈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사내 전구체 생산에 투입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양극재 생산을 위해 LG화학에 공급하고, 잠재적으로 미국 시장으로 확장되는 공급망의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KPC가 중국 전구체 기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전구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국내 기업의 중국산 전구체 의존도를 줄이고, 미중 무역갈등에 중국산 기피 현상의 수혜를 입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구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양극재 재료비의 70~80%를 차지한다. △중웨이구펀(中伟股份, CNGR) △거린메이(격림미·GEM) △화유코발트 등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구체 수입의 약 98%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전구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은 “한국은 배터리셀과 양극재 제조 분야에서 탁월하지만 중국 전구체 생산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의 중대한 공백이 부각되고 있다”며 “우리의 주요 임무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중국 이외의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경쟁의 장에서는 결국 공평해질 것”이라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정책은 이러한 전환을 촉진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균형 잡힌 시장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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