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불나면 1500도…국내서 ‘배터리 열폭주’ 막는 전해액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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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thermal runaway)를 막는 난연성 전해액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불소 치환형 유기용매를 전해액으로 사용해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온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막을 수 있게 된 것. 

▲배터리 열폭주 막을 난연성 전해액 기술 개발. /충남대 송승완 교수
▲배터리 열폭주 막을 난연성 전해액 기술 개발. /충남대 송승완 교수

21일 한국연구재단은 충남대 송승완 연구팀이 한국전기연구원 도칠훈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영주 박사팀과 공동으로 카보나이트 유기용매에 소화(消火) 기능을 가진 불소를 도입해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를 억제하고, 스스로 꺼지는 난연성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전기차 화재는 총 156건으로 이 중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85건이다. 전체 전기차 화재의 55% 수준이다.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급상승하는 ‘열 폭주’ 현상을 보여 불을 끄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경우 보호팩으로 덮여 있어 일반적인 소화 약제로는 진압이 매우 까다롭다. 화재 진압에 짧게는 1시간, 길게는 8시간까지 소요돼 피해 규모도 크다.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이 전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배터리 화재사고로 인천 청라지구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를 꼽을 수 있다. 당시 1500도까지 치솟은 화재로 지하 1층에 주차된 차량 70여대가 불탔고, 지하 2층에 주차된 차량도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발생한 인천 송도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2차 합동 감식. /연합
▲지난해 발생한 인천 송도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2차 합동 감식. /연합

과학자들은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폭주의 주요 원인으로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카보네이트계 유기용매를 꼽는다. 이 물질은 쉽게 발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음극 계면층(배터리 제조 후 최초 충전 시 음극재 표면에 생기는 고체막)과 전해액이 열분해 되고, 각종 활성도가 높은 반응성 물질과 가스를 방출하며 열폭주를 일으키게 된다. 

이에 따라 전해질을 난연성 성분으로 바꾸려는 다양한 연구가 시도됐지만 계면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고려해 불소 치환형 유기용매를 전해액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전해액이 반응성 높은 수소 라디칼을 포획해 소화기처럼 불을 끄거나 불이 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음·양극 계면 안전성이 높아 600차례 이상의 충·방전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즈 사이언스&엔지니어링 R-리포츠'(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R-Reports) 지난달 27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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