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 장기화, 금리상승 지속 등의 영향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대기업’이 3년 사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대기업들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1∼2024년 재무자료 비교가 가능한 302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작년 매출액은 총 2964조6970억원으로 2021년 대비 25.5%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7조9420억원으로 2021년보다 1.2% 줄었고 이자비용은 54조2961억원으로 3년 전보다 136.3%나 불어났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8.72에서 지난해 3.65로 하락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70.9%인 214개사가 최근 3년 새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한 반면 개선된 기업은 88곳에 불과했다.
심각한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한계기업’이 3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리더스인덱스 분석 결과,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은 2021년 34곳(11.3%), 2022년 44곳(14.6%), 2023년 59곳(19.5%), 2024년 73곳(24.2%)으로 3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20개사는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롯데쇼핑·롯데케미칼·호텔롯데·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 등 롯데그룹 5개사, SK온·SK에코플랜트·SK네트웍스 등 SK그룹 3개사, 이마트·신세계건설 등 신세계그룹 2개사 등이 포함됐다.
또한 대부분 업종에서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0.64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롯데케미칼, 효성화학, 이수화학, 대한유화, 태광산업, 여천NCC 등 6개 기업이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이하를 기록했다.
대기업에 불어닥친 이 같은 불황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시계제로 상황인데다 내수침체와 부동산 경기 위축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85.0으로 집계됐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이래 매달 기준치를 밑돌며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경신 중이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 BSI는 제조업이 79.2, 비제조업이 90.8을 기록했는데 제조업은 2020년 8월(74.9)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경협은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 경영 악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관세 등으로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제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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