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한 끼도 사치인 시대
가격 인상 배경엔 뜻밖의 원인이

물가가 폭등하며 식비 부담이 커지자, 직장인 김 모 씨는 “마음 놓고 먹을 메뉴가 없다. 김밥도 사치가 된 것 같다”며 부담을 드러냈다.
계란 한 판, 돼지고기 한 근, 식당에서의 외식 한 끼까지. 서민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품목들이 줄줄이 오르며 체감물가는 더 이상 ‘느낌’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표는 그 배경에 숨겨진 ‘뜻밖의 이유’들을 드러냈다.
채소값 내렸는데도 밥상이 더 비싸진 이유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전체 상승률은 1.9%로 5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다.
겉으로는 안심할 수 있는 수치지만, 실상은 달랐다.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다소 내리며 평균치를 낮췄지만, 정작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축산물 가격은 급등했다.
돼지고기는 전년보다 8.4%나 뛰었고,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 모두 5% 넘게 상승했다. 계란도 3.8% 오르며 두 달 연속 가격 상승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은 돼지고기 수입 가격 인상, 소고기 도축 물량 감소, 대체재 가격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축산물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 전체를 0.15%포인트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외식’이 사치가 된 현실…3년 새 30% 껑충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재료 가격 상승이 외식비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한 달 외식비는 3년 전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2021년 11만 400원이던 외식비는 지난해 14만 3800원으로 뛰었다.
외식비 상승에는 식자잿값 외에도 또 다른 복병이 있다. 바로 ‘배달앱 수수료’다.
정부는 이 요인이 외식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판단하여, 공공 배달앱 이용 시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를 이달 말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브라질산 닭 수입 중단…에그플레이션 현실화

계란값 상승에는 글로벌 이슈도 한몫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인해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중단되면서, 닭강정·치킨 등 주요 외식 품목의 재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산 닭은 국내산보다 저렴해 많은 프랜차이즈에서 선호하는 품목이었다.
정부는 종계 생산 기한 연장과 병아리 사육 확대 등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육계 농가의 낮은 생산성 탓에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분기 닭 입식 수가 전년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 시절 지출이 지금의 고물가로

이 같은 물가 불안은 단순히 원자재 가격이나 기후 문제만이 원인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주최한 최근 국제 콘퍼런스에서 하버드대 로버트 배로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주요 원인”이라며, OECD 37개국의 데이터를 토대로 그렇게 분석했다.
찰스 에반스 전 시카고 연은 총재도 “팬데믹 이후 특정 품목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통화정책 실패로 오해하는 ‘화폐 환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대중의 기대 사이 괴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끝나지 않는 물가와의 싸움…정부의 과제는

정부는 1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농식품 가격 할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계란가공품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식자재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도 확대 중이며, 공정위는 일부 품목의 담합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단기 해법으로는 농산물 수입 확대와 공공요금 동결이 그나마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원자재값과 환율 등 글로벌 요인에 좌우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김밥 한 줄을 사더라도 가격표를 두 번 보게 만드는 시대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고민되는 이 현실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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