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올해 사측에 정년연장+주 4.5일제 요구
“노란봉투법 바로 하겠다”는 민주당… 노조 힘 실어주나
트럼프 관세에 중국발 경쟁 심화… 임단협까지 ‘첩첩산중’

이재명 대통령 당선 바로 다음날, ‘노란봉투법’의 재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쏜살같이 “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이번 대선까지 함께해온 ‘정책 오른팔’이고, 노란봉투법은 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 약자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수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며 재계의 극심한 반발을 산 법안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현재 국회 171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면,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사실상 시간 문제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고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하면, 기존엔 자신이 소속된 업체와 교섭했던 근로자의 권한이 원청업체까지 넓어진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자신이 소속된 업체 뿐 아니라 현대차와도 바로 교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대기업은 수천개 하청 근로자들이 제각기 교섭을 요구할 경우 수천번의 교섭에 응해야한다.
집단 불법 파업으로 인해 사측이 손해를 입더라도 노동조합을 제외한 노조 개개인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 사실상 심기가 뒤틀리면 불법파업을 마음껏 저지를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이 노조와 근로자 개인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분명히 알고 있다.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가 10년 전부터 이뤄졌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용하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야 법안 발의가 잇따랐고,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엔 또 다시 노란봉투법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히기는 부담스럽고, 노동자 목소리를 앞세워 집권당을 압박하기에는 최적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러나저러나 이번 대선에서 노란봉투법을 공약 전면에 내세워 노동자들의 표심을 샀으니, 이제 기업들이 우는 소리를 내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에게 몇 번이고 물먹은 이들의 손에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떼 쓸 명분이 쥐어졌다.
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노조의 역대급 임단협 요구안들이 잔뜩 쏟아져나오고 있다. 강성 노조 중 하나로 꼽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올해 14만1300원의 기본급 인상, 900%의 상여금, 전년도 순수익의 30% 성과급 등이 담긴 요구안을 확정했다.
그간 줄곧 밀어붙였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던 ‘정년연장’도 어김없이 재등장했다. 기존 최대 35년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하는 안도 생겼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공약에 힘입어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 도입까지 새로 추가됐다. 매년 ‘귀족노조’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올해 또 ‘역대급’을 새로 썼다.
모처럼 ‘친노조’ 정부를 맞이해 축하파티를 벌이고 나선 노조와 달리, 올해 현대차그룹의 상황은 그야말로 사상 최악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매기며 압박하고, 중국에서는 전기차 공룡으로 떠오른 BYD가 칼을 갈며 현대차의 주요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좁은 땅덩이에서 자동차가 팔릴 만큼 팔린 탓에 내수 판매량도 예전같지 않다. 전기차로 승부를 보려했더니 ‘캐즘(일시적 정체기)’이란 단어가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노조만큼이나 기업들 역시도 그 어느 때보다 국정 컨트롤 타워의 강력한 힘과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협박에 나섰던 올 초,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있던 우리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투자금을 쥐어 짜내면서 트럼프를 달랬다.
새 정부는 제 손으로 만든 기업과 노조의 동상이몽을 책임져야한다. 국민들에게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 소리 쳤는데, 노란봉투법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을 먼저 살려야하는데, 명분이 생긴 노조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이미 6개월의 무정부 기간 동안, 정권을 잡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한국의 수출량은 급감했고, 기업들은 흔들리는 기둥을 붙잡고 각자도생하고 있다. 노조와 기업 중 하나를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향이 우선돼야 ‘경제 회복’이라는 목표에 빠르게 다다를 수 있는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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