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출산율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경제적 불안정을 지목했다. 많은 정부가 젊은 세대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는 게 유엔의 분석이다. 유엔은 출산율 하락을 단순한 가치관 변화로 보는 시각을 ‘정책 오류’라고 규정하고, 출산을 가로막는 진짜 문제는 재정적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1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UNFPA는 14개국 약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다수 응답자가 원하는 자녀 수보다 적게 낳았거나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출산 결정의 핵심에는 재정적 안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식 연령을 지난 50세 이상 성인의 약 3분의 1은 실제 자녀 수가 자신이 원했던 숫자보다 적다고 답했다. 50세 미만 성인 중에서도 9명 중 1명꼴로 결국 원하는 수의 자녀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자녀를 원했던 수보다 많이 낳았다고 답한 비율은 매우 낮았다.
보고서는 출산율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만 이뤄진다는 전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많은 사람이 ‘현재는 조건이 맞지 않아’ 출산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런 구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인구센터 박사는 “사람들은 자녀를 원하지만, 여건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용 불안과 높은 주거비, 육아휴직 부족 등은 출산을 가로막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일시적 출산 장려금이나 캠페인보다 구조적인 제도 정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급 육아휴직 확대, 주택 안정성 확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무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제안이다.
이번 조사는 미국, 독일, 한국 등 인구 규모가 큰 1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해당 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응답자 대부분은 육아에 드는 비용과 시간, 일자리 불안정성 등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라는 숫자에만 몰두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삶의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토아이 응오 컬럼비아대 교수는 “많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제는 인구 감소의 공포에서 벗어나 가족이 존엄성과 기회를 가지고 시작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오 교수는 또 이번 보고서가 이민 정책이나 기술 발전과 같은 다른 변수는 다루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의 확산이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장기적으로 가족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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