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도 이러진 않았는데”… 전 세계 통틀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상황에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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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에도 웃지 못하는 성장률
4년 연속 마이너스, 일본보다도 가팔라
한국만 겪는 ‘잠재력 고갈’ 경고음
경제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지만, 상승 요인의 대부분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OECD와 한국은행,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빠져 있으며, 그 심각성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웃돈다고 진단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이 ‘상향 조정’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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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에서 1.1%로 0.4%포인트 올렸고, 바클리와 모건스탠리도 각각 0.1%포인트 상향했다. 언뜻 보면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는 미국-중국 무역갈등 완화, 미국의 관세 리스크 약화, 새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대 등 외생 변수에 의한 상승일 뿐, 내생적인 성장 동력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바클리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확장 재정은 공통 기조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 확대가 성장률을 지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확장 재정으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을 제약할 위험이 크다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4년 연속 마이너스 GDP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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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스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분석은 더 우울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갭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가 경제가 본래 낼 수 있는 힘보다 낮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OECD 회원국 중 올해 한국의 GDP갭(-1.78%)은 평균치(-0.64%)의 세 배에 육박하며, 내년 역시 2배 가까운 차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도 한국의 마이너스 갭은 2년을 넘기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은 경제가 아예 ‘기초체력’을 상실한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정부의 추경이 일시적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구조적인 저성장을 돌파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근본적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보다 큰 잠재성장률 추락 속도…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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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힌 분석도 충격적이다. 지난 30년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 가장 컸다는 것이다.

OECD 분석에 따르면 1994~2024년 동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6%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일본·영국·프랑스를 제치고 가장 급격한 하락세로,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제 선진국 중 일부는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일정 수준에서 멈추거나 완만해졌지만, 한국은 유독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한은 연구진은 “한국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기초체력을 거의 다 써버린 셈”이라며 “생산가능인구의 기여가 빠르게 줄고, 생산성 향상 역시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투자환경 개선, 혁신기업 육성, 출산율 제고, 외국 인력 활용 등으로 이 같은 악순환을 방어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과감한 구조개혁에 돌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구조개혁 없이 성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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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장태윤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고령화, 부동산 편중, 교역 환경 악화 등이 맞물리며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상태는 회복이 더딘 것이 아니라, 회복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정체 구간”이라며 구조 혁신 없이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들어서는 초입일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추경이나 일회성 재정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IMF 경제 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4년 연속 마이너스 GDP갭’, 세계 최대 폭의 잠재성장률 하락 등은 단기 지표로는 가려지지 않는 심각한 구조적 경고다.

정부와 정치권의 근본적인 대응 없이는,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고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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