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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는 왜 “기부는 어렵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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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워싱턴=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워싱턴=AP/뉴시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다. 그의 자산 규모는 약 45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이 많은 재산을 어떻게 환원하는지를 두고는 말을 아껴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그가 공개적으로 기부한 금액은 수십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같은 기간에만 200억 달러 가까이 쏟아부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 아내 매켄지 스콧과는 대조적이다.

머스크는 최근 공개된 팟캐스트 ‘WTF’에서 진행자 니킬 카마트와 대화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류에 대한 사랑에는 동의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게 정말 어렵습니다.”

역사적인 보상 패키지 승인을 통해 ‘1조 달러 보상’의 길을 열어둔 머스크는 “돈을 잘 기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내가 운영하는 재단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돈을 쓰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돈을 쓰는 건 아주 쉽습니다. 진짜 선한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돈을 쓰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는 “어디에도 내 이름이 붙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의 이름을 딴 ‘머스크 재단(Musk Foundation)’은 이미 2002년에 설립됐다. 이 재단은 주로 재생 에너지, 유인 우주 탐사, 소아 연구, 과학·공학 교육 등 머스크 개인의 관심사와 맞닿은 분야를 지원해 왔다.

2024년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의 기부 활동을 “즉흥적이고 대체로 자기 이익을 위한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세제 혜택을 받는 동시에 스페이스X 같은 그의 사업에도 도움을 주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한 사례로, 스페이스X 우주선이 폭발 사고를 일으킨 뒤 텍사스 캐머런 카운티 교육청에 2000만 달러, 브라운즈빌 시 도심 재생을 위해 1000만 달러를 지원한 일을 들었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머스크는 자신의 재단에 세액공제가 가능한 주식 기부 형태로 당시 기준 7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자선가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으로, 소설가이기도 한 매켄지 스콧이다. 스콧의 자산은 약 34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그는 2020년 이후에만 1925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혼 당시 받은 아마존 지분 덕분에 기부를 이어가면서도 자산은 계속 불어나는 상황이다.

스콧은 올가을에도 미국의 흑인 대학(HBCU), 재난 복구 단체, 교육 관련 단체 등에 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를 연달아 집행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무제한(unrestricted) 기부’ 방식이다. 받은 기관이 용도 제한 없이 자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조건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에서 물러나는 워런 버핏도 자산 이전 방식을 명확히 했다. 그는 세 자녀에게 매년 5억 달러씩을 ‘기부용 자금’으로 맡겨 자신의 기부 유산을 잇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버핏이 기부한 금액은 600억 달러를 넘는다. 상당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운영하는 게이츠 재단으로 흘러갔다. 버핏은 일찍이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서명해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약속을 지킨 억만장자는 여전히 많지 않다.

그는 최근 주주 서한에서 이렇게 적었다. “초기에 나는 거창한 자선 계획을 여러 가지 구상했습니다. 고집도 셌죠. 하지만 그 계획들은 실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정치인들의 엉성한 재분배, 세습적 자산 이전, 그리고 서툴거나 기행에 가까운 기부자들을 지켜봐 왔습니다.”

게이츠 재단 역시 2045년 재단 문을 닫겠다는 계획을 포춘에 처음 밝힌 바 있다. 빌 게이츠는 그때까지 자신의 재산 “사실상 전부”를 재단에 출연하겠다고 했다. 현재 그의 자산은 약 1천 1백 9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때 세계 최고 부자였던 그는, 이런 기부 계획으로 올여름에만 순자산이 520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내가 죽고 나면 사람들은 내게 여러 이야기를 붙이겠지만, ‘부자로 죽었다’는 말만큼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메모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는 자원을 내가 쥐고 있기만 한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글 Sydney Lak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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