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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 시대, 비디오 게임이 알려준 설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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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요즘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유행어 가운데 하나다. 비디오 게임의 점수, 하이 스코어, 연승 기록, 리더보드 같은 요소를 가져와 사용자들이 더 오래 머물게 하자는 발상이다.

하지만 에듀테크 기업 이펙타 에듀케이션 그룹(Efekta Education Group)의 최고제품책임자(CPO)이자 전직 게임 디자이너인 리 슈네먼(Lee Schuneman)은 이런 접근만으로는 게임 산업이 다른 산업에 줄 수 있는 교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대개 하이 스코어 스트릭(연속 고득점) 같은 형태로 드러납니다.” 슈네먼은 마카오에서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디자인(Fortune Brainstorm Design)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요소들은 일부 소셜미디어 제품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여러분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거라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펙타에 합류하기 전 슈네먼은 영국 게임 스튜디오 레어(Rare)에서 여러 해 일했다. 1997년작 「디디콩 레이싱(Diddy Kong Racing)」, 2002년작 「스타 폭스 어드벤처(Star Fox Adventure)」 같은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지금 그는 단순한 게이미피케이션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게임 디자인이 교육 분야에 중요한 통찰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은 학습 경험 속에 사용자를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이라면서 “게임 경험 속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과 똑같은데, 학생으로서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슈네먼은 현재 이펙타의 교육 서비스에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어떻게 통합할지, 그리고 학생들의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다양한 게임 요소와 어떻게 결합할지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는 영어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사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AI 튜터 수요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펙타는 현재 라틴아메리카 400만명의 학생들에게 AI 학습 도우미를 제공하고 있다.

패널에 함께 참여한 다른 연사들도 게임 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사례를 공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Xbox에서 게임 AI를 총괄하는 제너럴 매니저 겸 파트너인 하이옌 장(Haiyan Zhang)은 이렇게 말했다.

“AI는 ‘놀이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해 게임으로 어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이 이 새로운 역량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에 따르면 게임 보존(game preservation)은 흥미로운 사례다. 연구자들은 「팩맨(Pac-Man)」, 「디그 더그(Dig Dug)」, 「큐버트(Qbert)」 같은 오락실 클래식 게임을 새로운 세대에게 소개하려면, 각 게임의 ‘정수(essence)’를 추려 새 경험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AI가 게임의 방대한 백 카탈로그를 학습해, 새로운 세대가 이 게임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도울 수 있는 역량이 생겼습니다.”

중국 넷이즈 게임즈(NetEase Games)의 AI 리드를 맡고 있는 리우 베타(Beta Liu)는 자사가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소드 오브 저스티스(Sword of Justice)」에 어떻게 AI를 탑재했는지 설명했다. 이 게임은 고대 중국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이 게임을 돋보이게 하는 건 수많은 비플레이어 캐릭터(NPC)를 생성하는 AI 엔진이다. 각 NPC는 고유한 스토리와 특성을 갖는다. 이들은 단순히 퀘스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억했다가 이후 행동에 반영한다.

이 게임은 2023년 중국에서 출시된 이후 이미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북송 말기를 배경으로, 딥시크(DeepSeek)의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됐다. 넷이즈는 지난 11월 「소드 오브 저스티스」의 글로벌 론칭을 진행했다.

리우는 이렇게 설명했다.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어가 아닙니다. 우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동료이자, 창작 도구 역할을 하죠.”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실제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춤이나,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마이크로 드라마 연출처럼 꾸미고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들은 AI가 플레이어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두 달 전 Xbox는 모바일·PC용 AI ‘코파일럿(co-pilot)’ 기능을 선보였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이를 불러내, 보스전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지금 진행 가능한 미션이 무엇인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Xbox의 하이옌 장이 덧붙였다. “겉보기엔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기능이 게임을 정말 살아 있게 만들고, 게임이 무엇인지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게임을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더 짜릿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 글 Angelica An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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