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구상, 이라크·아프간 데자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AP/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5d2567ab-f269-4b19-bfa4-8ca5fb5271fb.jpeg)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군은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를 전격적으로 ‘빼내는’ 작전을 성공시켰다.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항공기 피해도 최소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향후 미군의 역할, 특히 베네수엘라에 ‘부츠 온 더 그라운드(boots on the ground·지상군 투입)’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상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렵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걸 주저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 나라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만들 것이다. 헛수고가 아니다.”
미국이 ‘완전한 정권 교체(regime change)’까지 노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마두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iguez) 부통령이 워싱턴이 원하는 대로 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억압적 지도자를 끌어내린 뒤의 미국 성적표는 엇갈린다고, 퇴역 공군 대령 세드릭 레이턴(Cedric Leighton)은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Second World War) 이후 독일과 일본에서의 ‘성공’과 달리, 지난 20년간 이라크(Iraq)와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에서는 장기 대반군전(counterinsurgency)을 치렀다는 것이다.
레이턴은 CNN에 “베네수엘라의 위험은 그곳도 적대적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며, 그렇게 되면 미군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군이 수년 전부터 게릴라전을 염두에 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도 했다.
반군화가 현실화되면 베네수엘라 병력은 산악 지대로 흩어져 잠복하거나, 도시 빈민가에 숨어들 수 있다. 그러다 미군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이턴은 “이런 상황은 분명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작동할 통치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병력 보호(force protection) 악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두로 정권의 잔존 지도부는 맞서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의 송환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의 급습을 “국제법을 위반한 잔혹 행위”라고 규정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Diosdado Cabello) 내무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정치 지도부와 군을 믿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을 가리켜 “이 쥐새끼들이 공격했고, 자신들이 한 일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Vladimir Padrino López) 국방장관도 외국군 주둔에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우리를 공격했지만, 우리를 꺾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할 것이라고 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되, 결국 수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군화가 벌어지면, 미군이나 민간 보안업체(보안 계약자)가 기업 직원과 자산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큰 군사 주둔이 필요할 수 있다. 마두로 체포 작전을 앞두고 펜타곤(Pentagon)은 지난달 카리브해(Caribbean)에 약 1만 5000명의 병력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라크·아프간 전쟁 당시에는 수십만 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일단 미군은 높은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댄 케인(Dan Caine) 합참의장(Joint Chiefs of Staff Chairman)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함대는 여전히 위치를 잡고 준비돼 있다”며 “미국의 요구가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모든 군사 옵션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정치·군 인사들은 마두로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