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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할 줄 알았던 ‘관세의 왕’…그린란드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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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디트로이트=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디트로이트=AP/뉴시스]

2025년이 글로벌 교역과 금융시장을 뒤흔든 격랑의 해였다면, 2026년은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관세 변수에서 한발 비켜설 수 있는 시기로 보였다. 월가(Wall Street)와 미국 기업들은 그렇게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산산조각 났다.

새해가 시작된 지 몇 주 만에 관세가 다시 의제의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트럼프는 토요일, 나토(NATO) 동맹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에는 이를 25%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단, “그린란드(Greenland)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매입하는 합의(Deal)가 성사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타깃 국가들이 모두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것은 아니지만, 새 관세 발표는 지난해 7월 체결된 무역 합의의 존재와도 충돌한다. 당시 합의는 EU산 대부분 제품에 15% 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EU가 미국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여기에 이란(Iran)과 거래하는 국가에 미국과의 교역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트럼프가 경고하면서 판이 더 커졌다. 특히 이 조치는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China)과의 ‘취약한 관세 휴전’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은 이제 보복과 재보복, 단계적 확대가 반복되는 새로운 사이클을 다시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다음 장면을 암시했다. 그는 X(구 트위터)에 “관세 위협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런 맥락에서 설 자리가 없다”며 “확정된다면 유럽은 단결되고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유럽의 주권이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기대하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월가와 미국 기업들, 소비자들은 트럼프의 ‘원 빅 뷰티풀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가져올 감세 효과, 그리고 교역 전선의 진정이 맞물리며 경기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fA) 애널리스트들은 금요일 보고서에서 2026년 미국 GDP 성장률을 2.8%로 제시했다. 시장 컨센서스 2.1%를 크게 웃도는 전망치였다. BofA는 “핵심 동력은 완화되는 재정·통화정책과, 보다 성장 친화적인 무역정책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이라고 적었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 역시 올해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정책당국은 관세가 물가에 ‘일회성 충격’을 주는 수준에 그치고, 지속적인 상방 압력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가정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수입관세 공세가 이어지면 그 가정이 흔들릴 수 있고, 물가가 연준 목표인 2%를 좀처럼 내려오지 못할 경우 향후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베이지북(Beige Book) 역시 ‘관세 불안이 마침내 누그러지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전망이 개선됐고, 지난 보고서보다 낙관이 늘고 조심스러움은 다소 줄었다. 관세가 불러온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이 일부 도움을 줬다”고 적었다.

또 “리테일과 관광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지출의 최근 안정, 관세 관련 명확성 확대, 보스턴의 2026년 월드컵(World Cup) 축구 이벤트를 근거로 2026년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고 했다. 기업들도 “관세 정책 안정과 자체 대응 등이 맞물리며 관세발 불확실성이 잦아들었다”고 보고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흐름과도 결이 다르다. 당시 행정부는 유권자들이 ‘물가 부담 완화’와 가격 상승 압력 해소를 요구하자, 일부 식품 수입 관세를 되돌리고 가구 관세 인상은 미루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교역 충격에 민감한 업종은 관세의 대가를 크게 치렀다. 예컨대 트럼프가 2025년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를 공개한 이후 제조업은 일자리 7만 개를 줄였다.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ISM)의 제조업 지수도 10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이는 업황이 확장 국면이 아니라 ‘수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다만 숨 고를 여지는 있을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곧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행정부에 불리한 판단이 나오면 무역 전선에서 권한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판결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트럼프가 일정한 재량을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 그는 법정에서 패하더라도 다른 법률을 동원해 새 관세를 다시 꺼내 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트럼프는 관세를 재선 캠페인의 핵심 축으로 삼았고, 스스로를 여러 해에 걸쳐 “관세 왕(Tariff King)”, “관세맨(Tariff Man)”, “미스터 관세(Mr. Tariff)”라고 불러왔다. 광범위한 상황에서 관세 방아쇠를 빠르게 당기는 그의 본능을 고려하면, 월가가 새로운 대응 시나리오를 짜야 할지도 모른다.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 세금정책 담당 부사장 에리카 요크(Erica York)는 X에 “대부분의 경제모형은 동맹국을 상대로 한 변덕스러운 관세가 초래하는 지정학적·관계적 손상을 계량화하지 못한다”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더 높은 세금과 더 느린 GDP 성장률을 넘어서는 과도한 비용을 부과한다”고 적었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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