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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사각지대 ‘우선주’…삼성전자 자사주 정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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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에서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평균 40%를 넘는 가격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고, 기업의 자본배분과 주주 간 공평한 대우에 대한 불신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내년 1월 주주환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우선주 자사주 매입 비중을 얼마나 높일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과거 우선주 매입 비중을 크게 늘렸을 당시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가 좁혀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다른 상장사의 자사주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45% 할인, 의결권만으론 설명 안 돼”

31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은폐된 한국 우선주 디스카운트 문제와 그 해법’을 주제로 제55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사친 미스트리 팰리서캐피탈 매니징디렉터는 한국 우선주의 과도한 할인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여주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국내에는 113개의 상장 우선주가 있으며 전체 시가총액은 약 200조원에 달하지만 보통주 대비 평균 약 45%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스트리 디렉터는 “이는 단순히 가치 평가의 이상 현상이 아니다”라며 “기업거버넌스와 자본배치에 있어 더 광범위한 취약점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징후”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주의 할인을 의결권 부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우선주 주주가 자사주 매입이나 합병·공개매수 등 주요 기업 의사결정에서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이사회가 우선주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신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미스트리 디렉터는 “투자자들은 우선주 주주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할 수도 있고 기업 활동에서 이들의 처우가 불확실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한국의 전반적인 개혁 과정에서도 우선주 주주들이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선주 저평가가 특정 주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선주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게 형성되면 시장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발행기업의 자기자본비용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선주 할인율은 주주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는지와 이사회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우선주 개혁은 밸류업 정책의 명확한 핵심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된 ‘은폐된 한국 우선주 디스카운트 문제와 그 해법’ 세미나에서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겸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겸 변호사는 국내 상장 우선주의 실질이 ‘무의결권 보통주’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했다. 배당이나 청산 과정에서 보통주보다 갖는 우선권이 크지 않은 만큼 일반적인 의미의 우선주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무의결권 보통주의 주가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와 사실상 같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이 미국 자본시장의 확고한 원칙”이라며 “여러 소송을 거치면서 의결권 유무만으로 큰 가격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같은 회사의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40~50%가량 할인돼 거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격차가 자사주 매입·소각과 공개매수 과정에서 우선주가 반복적으로 배제돼 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결권 있는 보통주에만 주주환원을 하고 우선주를 제외하는 일이 수십 년간 누적되면서 시장도 이런 차별을 가격에 반영하게 됐다”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도입된 만큼 앞으로는 이런 차별도 충실의무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주 재평가, 삼성전자가 물꼬 틀까

이날 세미나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우선주 매입 비중을 확대할 경우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정책과 우선주 재평가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우선주 매입·소각 규모를 2015년의 3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높인다면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짚었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금산법상 10% 한도와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대규모로 소각할 경우 이들 금융사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90조~110조원 규모 주주환원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10조~20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자사주 매입 재원 안에서는 우선주 비중을 기존보다 높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여 괴리율을 낮춘 경험도 있다. 2015년 자사주 프로그램 당시 전체 매입액의 약 30%를 우선주에 배정한 이후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율은 10%대로 좁혀진 바 있다. 최근에는 우선주 비중이 10% 수준으로 낮아졌고 괴리율도 다시 확대된 상태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이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이는 선택을 한다면 다른 회사 이사회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보통주만 매입한다면 왜 더 싼 자기 회사 주식을 검토하지 않았는지 주주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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