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축 빠진 고려아연 ‘트로이카’….2차전지 소재 수익성 난항
“크고 막연해 보이던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이제 실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2년 12월 회장 취임 직후인 2023년 신년사에서 내놓은 일성이다. 최 회장은 부회장이었던 2022년 초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를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내세웠고, 지금까지도 이 사업들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보면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세 축 중 2차전지 소재는 영 좋지 못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2차전지 소재 업황 자체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고려아연이 세웠던 야심찬 목표와 상당한 지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2차전지 소재를 아우르는 기타부문에서 영업손실 136억원, 순손실 229억원을 봤다. 작년 같은 기간 영업손실 134억원, 순손실 177억원보다 실적이 나빠졌다.
고려아연은 작년까지 기타부문을 ‘폐기물 처리 및 기타 사업’으로 분류했다. 이 부문은 최 회장이 2022년 12월 취임한 뒤 연간 영업손실 △2023년 433억원 △2024년 576억원 △2025년 318억원, 순손실 △2023년 1704억원 △2024년 869억원 △2025년 160억원을 각각 봤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2차전지 소재 부문의 부진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고려아연이 주요 자회사인 아크에너지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자원순환 부문의 경우 △스틸싸이클 △페달포인트 △Zinc Oxide Corporation Vietnam 매출이 모두 작년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주요 자회사인 켐코는 올해 상반기 매출 1204억원을 거둬 작년 같은 기간 1957억원보다 38.5% 줄었다. 켐코는 또 다른 2차전지 소재 계열사 한국전구체의 모기업(51%)이기도 하다. 다른 주요 자회사 케이잼은 첫 매출이 올해 6월에야 발생했다.
매출과 순손익이 반드시 비례하진 않지만, 2차전지 소재의 상대적 부진이 상반기 고려아연 기타부문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려아연이 최 회장 취임 이후 2차전지 소재에 상당한 지원을 했던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고려아연은 2023년 기업설명회(IR)에서 2025년 2차전지 소재 부문에서 연간 매출 1조3000억원을 거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켐코를 통해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세우고 2026년부터 가동하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고려아연은 켐코에 2023년 4월 105억원, 같은 해 11월 1479억원 규모를 각각 출자하기도 했다. 2023년 1월 1200억원, 2024년 2월 1200억원을 개별적으로 빌려주기도 했다. 최근 3년 동안의 누적 출자 금액은 2784억원, 대여 금액은 24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케이잼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2023년 5월 500억원, 2024년 1월 541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누적 출자금액은 1041억원이다. 한국전구체의 경우 켐코가 2022년 전체 318억원을 출자했고 올해 3월 255억원을 빌려줬다.
켐코를 거친 지원인 한국전구체를 빼더라도, 고려아연은 최 회장 취임 이후 2차전지 소재 부문에 3825억원 규모를 출자했다. 그러나 2차전지 소재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상태에 빠지면서 지원만큼 사업이 계획대로 풀리진 않았다.
켐코가 맡았던 ‘올인원 니켈제련소’는 목표 조정을 거쳐 준공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케이잼은 작년까진 매출이 아예 없었다. 이런 여파로 켐코(2897억원)와 한국전구체(1930억원)의 작년 매출 합산액은 4827억원으로 집계돼 2023년에 잡았던 2025년 목표액 1조3000억원을 한참 밑돌았다.
그러면서 켐코·케이잼·한국전구체는 세 회사 모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연간 순손실을 봤다. 2023~2025년 연간 순손실 규모를 살펴보면 켐코는 △2023년 356억원 △2024년 24억원 △2025년 127억원이다. 한때 회복했던 실적이 작년 다시 꺾였다. 케이잼은 2023년 139억원에서 2025년 151억원, 한국전구체는 같은 기간 52억원에서 251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반면 자원순환 부문에서는 주요 자회사 3곳(스틸싸이클 –120억원, 페달포인트 –530억원, Zinc Oxide Vietnam –68억원)이 2023년 모두 순손익 적자였으나, 2025년에는 스틸싸이클(162억원)과 페달포인트(87억원)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의 경우 캐즘 때문에 많은 회사가 부침을 겪고 우리도 영향을 받았다”며 “켐코는 올인원 니켈제련소 설비를 활용해 중간재인 산화게르마늄 생산 시운전을 하고 케이잼도 첫 매출을 기록하면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