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정년연장론] 일본은 퇴직 후 재고용 가능..”임금개편, 사회적 대타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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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사진=각 교수]

전문가들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직 후 재고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과 도입 시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이 현실적…실효성 우려도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기대수명도 늘면서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공백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일본형 고용유지 의무화 제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근로자가 정년을 맞으면 정년 폐지, 정년연장,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적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정년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후 제도 도입 5년이 지난 시점에 60~65세 근로자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계산하면 한 해 15조8626억원에 달했다.

이정 교수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개편하기 어렵다면 정년연장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60세에 회사를 퇴직하면 61세부터는 계약직으로 고용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기업 부담은 줄이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랑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자리를 잘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퇴직 후 재고용 도입이 정년연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대부분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선택해 정년연장과 같은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퇴직 후 재고용은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에 규정된 내용이고, 기업 자율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정년연장 위해 임금체계 개편 필수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아닌 현 임금체계에서의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부터 지난 15일까지 30일간 법정 정년연장 국민청원을 받았다. 이들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감소시대에 법정 정년연장은 시대적 당면과제”라며 “최소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직무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정년연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임금체계 개편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호봉제가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노동계는 직무급제로의 개편 논의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때, 한국 노동시장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일 등 유럽 국가 노동시장은 노동자가 전문 역량을 가지고 직장을 활발히 옮기며 능력에 맞는 급여를 받는 문화가 일찍이 발달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노동시장은 한 직장에 정착해 임금을 올려받는 문화가 오랜 기간 굳어져 있었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도 “한국은 호봉제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탓에 그간 임금체계 개편 시도가 있었으나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 진전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경사노위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병훈 교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노조와 기업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노조를 대화 테이블에서 배제하고 있어 논의 진전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 진전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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