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연기는 어렵다.” 배우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사람마다 웃음 코드가 제각각이라 웃음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영화에서 코미디 영화를 만나기 쉽지 않은 배경이다.
그런데 코미디 연기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극한직업’ ‘7번방의 선물’로 1000만 흥행을 일궈 독보적인 성과까지 낸 이가 있다. 류승룡이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아마존 활명수’는 류승룡이 선택한 또 하나의 코미디 영화로 관심을 모은다. ‘아마존 활명수’는 아마존과 스포츠. 아무 관련 없을 것만 같은 둘을 내세워 관객의 웃음을 정조준한다. 영화는 제목처럼, 아마존의 활 명수들을 데려다가 훈련시키고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에 출전시키려 하는 전 양궁 국가대표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류승룡이 연기한 진봉이 양궁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때는 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설 자리 없는 위기의 40대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진봉이 아마존 원주민 선수들의 감독을 맡는 과정은 그야말로 ‘웃프다’.
브라질 인근 국가인 볼레도르(가상)에서 금맥이 발견되고, 진봉의 회사는 금광개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볼레도르 측의 감독을 맡을 것을 진봉에게 지시한다. 구조조정 대상인 데다가 세 아이의 양육비로 눈치 주는 아내 수현(염혜란)에게 꼼짝 못하는 진봉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렇게 볼레도르로 향하는데 가는 길도 순탄치 않다. 진봉은 가던 길에 악천후를 만나 밀림에 불시착하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활과 덮쳐오는 짐승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목적지에 이른다. 불행히도 소개받은 볼레도르 선수들은 얼마 남지 않은 대회에 출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 그 순간 자신을 향해 활을 쐈던 원주민을 떠올린 진봉은 밀림에서 맺은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양궁 선수가 돼줄 것을 부탁한다. ‘메달을 따내면 거주지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볼레도르 정부의 약속과 함께.
이후 ‘아마존 활명수’는 무대를 서울로 옮겨 원주민들을 양궁 선수로 훈련시키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언어 차이, 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촌극이 펼쳐진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양궁 경기는 실제 경기를 보는 듯 짜릿함을 선사하며 스포츠 영화의 매력도 갖췄다.
‘아마존 활명수’는 웃음에만 머물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아마존 개발을 둘러싼 문명의 국가와 이에 반발하는 원주민의 갈등을 소재로 웃음 안에 가져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원주민 문제를 환기시킨다. 또 원주민과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배워가는 진봉을 통해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아쉬운 건 이러한 이야기가 매끄럽게 전개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봉과 원주민의 마지막 경기는 꽤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내서 재미를 희석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야기에 빠져 드는 건 황당한 설정도 영화적 상상력으로 납득시키는 류승룡의 호연 덕분이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진봉의 우스꽝스러운 몸부림은 사실은 보통 가장의 치열한 분투를 은유한 것이다. 류승룡은 이를 공감 가게 그리며 진봉에게 이입되게 만든다.
‘아마존 활명수’는 ‘극한직접’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나리오를 쓴 배세영 작가가 썼다. 류승룡은 이 작품으로 벌써 세 번째 배세영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극한직접’에 출연했던 진선규도 통역사로 웃음에 일조한다.
‘극한직접’의 흥행 주역들이 뭉친 ‘아마존 활명수’가 웃음 과녁을 맞출지 관심이 쏠린다.
감독 : 김창주 / 각본 : 배세영 / 류승룡, 진선규, 이고르 페드로소, 루안 브룸, J.B. 올리베이라, 염혜란 그리고 고경표 / 제작 : 로드픽쳐스 / 장르 : 코미디 / 개봉 : 10월30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13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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