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무시하던 정치인 후손인데… 한국 작품 출연에 영화제 앰버서더까지 한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 (사진: 안도 사쿠라 인스타그램)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의 가족사가 국내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총리를 지낸 이누카이 쓰요시의 외증손녀인 그가 한국 영화 출연은 물론 국내 영화제 앰버서더와 한국 밴드의 뮤직비디오 주인공까지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혁오 ‘Godspeed!’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밴드 혁오의 신곡이다. 혁오는 18일 오후 6시 약 6년 만의 신곡 ‘Godspeed!’를 발매한다. 이에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영화 「백엔의 사랑」 「어느 가족」 「괴물」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안도 사쿠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어린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안도 사쿠라의 외증조부 이누카이 쓰요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안도 사쿠라의 가족사가 다시 조명되면서 불거졌다. 그의 외증조부 이누카이 쓰요시는 일제강점기인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일본 제29대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정치인이다. 특히 과거 조선과 조선인을 일본의 지도와 개화가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등 제국주의적·차별적 인식이 담긴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비판받고 있다.
이 때문에 광복절인 8월 15일로부터 불과 사흘 뒤 공개된 한국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이누카이의 외증손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꼭 이 배우를 캐스팅했어야 했나”, “광복절이 지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등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제1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앰버서더를 맡은 안도 사쿠라
안도 사쿠라와 한국 문화계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4월 열린 제13회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는 공식 앰배서더를 맡아 내한했다. 배두나, 김고은, 탕웨이에 이어 영화제의 얼굴로 선정된 안도 사쿠라는 자신이 직접 고른 「0.5mm」를 상영하는 ‘앰배서더 특별전’과 관객과의 만남에도 참여했다.
영화 「도라」
안도 사쿠라는 한국 영화에도 출연했다. 「도희야」와 「다음 소희」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에서 나미 역을 맡아 김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안도 사쿠라의 첫 한국 영화 출연작인 「도라」는 한국·프랑스·룩셈부르크·일본이 참여한 국제 공동제작 작품으로, 올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돼 먼저 공개됐다. 안도 사쿠라는 한국인 남편과 사는 일본인 나미를 연기하며 한국어 대사도 소화했다.
안도 사쿠라 (사진: 안도 사쿠라 인스타그램)
다만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전범 후손’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이누카이는 태평양전쟁 발발 이전인 1932년 ‘5·15 사건’으로 해군 청년 장교들에게 암살됐기 때문에 종전 후 전범으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인물이 아니다. 또한 현재까지 안도 사쿠라 본인이 한국이나 일제강점기와 관련해 문제가 될 만한 역사 인식을 드러낸 사실도 알려진 바 없다.
안도 사쿠라 (사진: 유마니테)
온라인에서는 조상의 행적을 후손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연좌제라는 반론과, 광복절 직후라는 민감한 시기에 굳이 이 같은 가족사를 가진 배우를 앞세운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하영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시점과 맞물리면서 안도 사쿠라의 한국 활동 역시 예상치 못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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