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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답 대신 여러 겹의 질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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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 국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 국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세계 무대에서 먼저 주목받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마침내 국내에서 베일을 벗었다. 해고 노동자와 그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 각자의 세계를 살아온 이들까지. 서로 다른 두 부부의 삶을 마주 세운 이창동 감독은 하나의 답을 내놓는 대신 노동과 자본, 계급과 관계, 나아가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창작자의 태도까지 여러 겹의 질문을 던진다.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참석했고 배우 전도연은 해외 일정으로 화상 연결을 통해 취재진과 만났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분),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분)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분),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으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심사위원대상인 은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국제비평가연맹상(FIPRESCI)도 함께 수상했다.

이날 은사자상 트로피를 들고 현장에 나와 취재진의 박수를 받은 이창동 감독은 수상의 기쁨보다 관객과 처음 만난 순간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그는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이다”면서도 “상은 결과물이다.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와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가 베니스였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가 그렇게 쉽거나 자극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느끼고 반응해 준다는 것을 표정이나 태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며 “그게 정말 다행이었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인성은 공식 기자회견 당시 현지 기자들이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에게 사인을 요청하기 위해 몰려들었던 것을 언급하며 “공식 기자회견이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르르 나오길래 내가 뭘 잘못한 줄 알았다. 놀라우면서도 반갑고 감동스러웠다. 감독님과 한국 영화의 위상을 베니스에서도 느끼고 환대해 준 것 같아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베니스 상영 후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던 설경구는 “미옥이 일말의 희망을 잡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하고 달을 바라보는데 촬영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며 “베니스 이후 한국에서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아 창피해서 혼났다. 조인성이 같이 울어줘서 그나마 위로가 됐다”고 웃었다.

‘가능한 사랑’ 주역들. (왼쪽부터) 조여정·조인성·설경구·이창동 감독·전도연(화상 연결). / 시사위크 DB
‘가능한 사랑’ 주역들. (왼쪽부터) 조여정·조인성·설경구·이창동 감독·전도연(화상 연결). / 시사위크 DB

영화 속 두 부부는 돈과 노동, 계급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설경구는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서 노동하며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소박하게나마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해고를 당하면서 자아가 완전히 깨진 상태가 되고 수치심과 죄책감, 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상우 부부를 만나면서는 거부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도연 역시 “돈과 계급은 사람의 가치관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그 사람의 가치를 앗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옥은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인물”이라고 짚었다. 

조인성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자본을 바라봤다. 그는 “기존에 있던 자본가의 모습에서 더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들은 어떻게 우리와 밀접하게 붙어 있는가라는 새로운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다”며 “돈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잘 쓰면 누군가를 낫게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이면에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을 상우에게 투영해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조여정은 두 부부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예지는 경제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상우를 선택해 결혼한 것 자체가 인생에서 큰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호석과 미옥의 삶을 보면서 충만한 삶, 충만한 관계라는 것이 경제적인 안정감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에는 이창동 감독이 오래 품어온 고민도 자리한다. 10여 년 전 한 대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동자들의 파업, 강제진압 사건을 접한 뒤 이를 영화로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작업을 중단했다.

이창동 감독은 “내가 과연 그 이야기를 정직하게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까운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접었다”며 “많은 시간이 지나고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의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윤리와 태도에 관한 문제도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타인의 삶을 그리는 창작자에게는 언제나 본질적인 고민이 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소비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은 평생 해온 질문이고 지금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냐는 물음에는 하나의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세계를 단순하고 쉽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바라보고 싶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여러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데 그것을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또 이창동 감독은 “어떻게 보면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 같고, 계급 간 갈등 같기도 하다. 영화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에 관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며 “그런 여러 층위를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질문을 나누고 싶었다”고 작품에 담은 의도를 밝혔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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