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분위기로 끝난 비밀스러운 사랑 영화 <화양연화>정보. 평점.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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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감독
왕가위
출연
장만옥, 양조위, 뇌진, 반적화, 손가군
개봉
2000. 10. 21.

감독

왕가위

출연

장만옥, 양조위

장르

드라마, 멜로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네티즌 평점

9.16

개인적으로 왕가위 감독님 3대 영화로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를 뽑고 싶다. ​

<중경삼림>이 20대 청춘의 사랑을 씁쓸, 발랄하게 보여주었다면 <화양연화>는 절제된 슬로모션 기법으로 절제된 감정이 묵직하고 뭔가 중경삼림보다 농도가 짙다.

서로의 배우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두 남녀는 그들과 똑같아지지 않겠다는 마음의 이성과 끌리는 본능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 내면의 방황에 몽환적인 음악까지 더해지니 애틋한 사랑의 농도가 더 깊고 짙어지는듯하다.

우리나라 영화였으면 맞바람 막장극으로 치달았을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없었고 비밀스러웠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사랑 이야기라는 예술로 탄생했다.​

난처한 순간이다. 여자는 수줍게 고개를 숙인 채 남자에게 다가올 기회를 주지만 남자는 다가설

용기가 없고 여자는 뒤돌아선 후 떠난다.

주인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암시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홍콩의 좁은 아파트, 소려진(장만옥)은 남편과 함께 살 집을 구하러 왔고, 주모운(양조위)도 아내와 함께 살 집을 구하러 왔다. 둘은 같은 아파트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웃이 된다.

무역회사 비서를 하고 있는 소려진와 지역 신문 편집 일을 하고 있는 주모운은 배우자들이 외도를 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

주모운의 넥타이는 소려진의 남편 것과 똑같았고, 소려진의 가방은 주모운 아내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배우자들이 서로 만나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되고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두 사람은 배우자들이 왜 외도를 하는 건지 생각해 보고 어떻게 사랑에 빠진 건지 연기를 해보기로 한다. 두 사람은 연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두 사람의 시작이 궁금했는데 이제 알겠어요.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서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그들과 똑같아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모운은 무협소설을 쓰는데 소려진에게 소설 구상을 도와달라고 하고, 그것을 명분으로 두 사람은 자주 만나게 된다.

왕래가 많은 아파트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는 소문이 돌까 봐 불안해하는 소려진을 위해 주모운은 호텔방에서 편하게 만나자고 하는데 그 호텔방 번호가 2046이다. 이후 영화<2046>이 나오기도 했다.

소려진은 호텔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이성적인 마음과 그에게 끌리는 본능적인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빨간 코트를 입고 호텔방으로 가게 된다.

빨강색 옷은 정열적인 사랑을 의미한다고 하며 색감까지 완벽한 영화다.

소려진은 주모운과 마음을 나누는 게 소문이 날까 봐 불안하고 남편을 떠날 수가 없다. 주모운은 그런 그녀를 존중하고 싱가포르로 발령받아 떠나기로 한다.

두 사람은 미리 이별을 연기해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기로 한다. 주모운은 “남편 잘 지켜요”라고 말하고 돌아서는데 소려진은 눈물이 쏟아진다. 주모운은 소려진의 눈물 때문이었는지 용기를 내서 싱가포르에 함께 가겠냐고 물어본다.

배표 한 장 더 있으면 나와 같이 갈래요?

소려진은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대답하지 못했고 그가 떠난 후 혼잣말을 한다.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 건가요?

그렇게 엇갈린 두 사람의 전하지 못한 진심은 비밀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홍콩의 아파트에 다시 찾아오는 주모운은 인생에 두 번 다시없을 화양연화였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

그 시절이 가진 모든 것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지나간 세월은 먼지 쌓인 유리창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없기에 그는 여전히 지난 세월을 그리워한다. 만약 그가 먼지 쌓인 유리창을 깰 수 있다면 지나간 세월의 그때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떻게 보면 맞바람이고 불륜 미화 영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음만 나누었을 뿐 그들의 배우자들과 달랐다. 왕가위 감독님이 원래 있었던 베드신을 빼고 만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싶다. 뭔가 절제되어서 더 감정이 차오르고 진해지는 게 있다.

소려진은 결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며 혼자 살면 혼자 잘하면 되지만 둘이 같이 살면 혼자 잘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혼의 무게에 눌려 결혼한 걸 후회했던 소려진이었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 남편 곁을 떠나지도 못했다. 주모운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못했고 마음만 나누었기에 그래서 더 여운을 남긴다.

벽하나를 두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화양연화’ 노래를 듣는 장면은 이루어질 수 없는 두 사람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쓸쓸한 장면이었다.

주모운은 그녀의 의사를 존중했고 그녀를 위해 떠났고 그건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었다. 그는 그 비밀을 캄보디아 사원에 가서 봉인했다. 그렇게 비밀스러운 사랑의 순간은 화양연화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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