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현실…“빈곤에 대한 멸시와 조롱은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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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면 급지(級地)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말은 사는 곳에 따라 계급이 결정돼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주거 형태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세태는 꽤 오래됐다. 전월세, 빌라, LH아파트 등을 비하하는 말이 초등학교에서조차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공격 사회'(철수와영희)의 저자 정주진 박사는 “빈곤에 대한 멸시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고 진단한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빈곤한 사람은 사회에 존재할 가치가 없고 나아가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시각이 있다. 빈곤한 사람에겐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 ‘폭력적인 사람’ ‘잠재적 범죄자’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렇게 함으로써 빈곤한 사람을 멸시하고 기피할 정당한 근거를 만든다. 빈곤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이들은 빈곤을 ‘사회악’으로 취급하고, 그 사회악을 저지른 책임이 전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년·노인 가릴 것 없이 빈곤할수록 열심히 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아르바이트하고, 폐지를 주워도 자산 부족이나 전문적 기술 부족에서 오는 격차를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곁들인다.

실제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9~34세 청년 4천1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41.4%가 연 소득 2천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2천만~4천만원은 32.4%에 달했다. 응답자 전체의 평균소득은 2천223만원(월 185만원)으로, 1인 기준 중위소득(월 194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의식주는 살아가는 데 필수인데, 이 같은 평균소득으로 집을 사는 건 언감생심에 가깝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앙가격)은 10억9천291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이 월급을 모아 중위가격에 해당하는 집을 사려면 약 49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청년 상당수가 전월세에 거주한다. 그러나 월세를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2022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인 RIR(Rent Income Ratio)는 수도권 평균 18.3%였다. 만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청년 평균소득(185만원)을 버는 청년이 수도권에서 월세로 거주한다고 가정한다면, 월 소득 가운데 약 34만원을 월세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주택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필수품이라면 주당 40시간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지는 못하더라도 편히 몸을 누일 공간 정도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주당 40시간 기본노동으로 주택, 또는 안정적 거주 공간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어 “열심히 일하는데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리고 오히려 더 빈곤해진다면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런 빈곤이 비난과 공격의 대상은 더더욱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장애인, 이방인, 여성, 노동조합, 외국인노동자, 탈북민 등에 대한 혐오와 공격 사례가 담겼다.

신간 ‘공격 사회’ 표지 이미지 /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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