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망원동 기와집, 리모델링으로 싹 고쳤더니? 보고도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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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망원동에서 살고 있는 13년 차 주부, 9년 차 딸아이의 엄마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지금은 아트 브랜드 ‘pres-equences(프리시퀀시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 UI 디자이너로 일했고, 남편은 지금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년 시절부터 거의 아파트에서 살아왔는데요. 반대로 남편은 청정 지역 통영에서 목수인 작은 아버지와 아버지가 손수 지은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남편은 저에게 주택에서의 삶을 몇 년간 꾸준히 설득해왔습니다.

남편이 살았던 주택을 스케치한 그림일기입니다. 지금도 자세히 기억이 난다고 하네요. 그리하여 저희는 망원동에 위치한 50년 된 작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단독 주택에서 4년째 살고 있어요.

결국엔 주택살이를 결심했습니다.

남편의 스튜디오가 홍대에 있었기 때문에 상수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아왔는데요. 망원동으로 스튜디오를 옮기면서 망원동 근처의 단독주택을 알아보기로 결정하고 많은 발품을 팔았습니다. 처음엔 2층 단독주택을 알아보았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이 집은 어느 날 무작정 다니다가 발견했는데, 여기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1층이지만 작은 마당이 있고, 큰 감나무가 대문 앞에 있었어요. 바로 앞에는 망원시장이 자리 잡고 있고, 동네 곳곳의 아담하고 귀여운 상점들도 있었고요. 문화적으로도 저희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줄 것 같다는 생각에 주택에서의 삶이 약간은 겁이 났지만 살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전통시장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 살면서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50년 된 중년의 기와집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노후된 건 아닐까 걱정도 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저희 세 식구가 살기에는 공간이 크지 않아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충족시켜주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집을 결정했습니다. 리모델링은 저희가 생각한 예산 안에서 기본에 충실하되 욕심내지 않고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좌측의 주방과 우측의 화장실 사이에 이렇게 작은 방이 있었는데, 워낙 작은 공간이라 허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집은 방이 두 개입니다. 하하. 대지 면적은 34평이지만 건축 면적은 16평 남짓한 매우 아담한 공간입니다. 근데 여기서, 단열재를 중간에 넣다 보니 벽 두께가 10cm 정도 더 두꺼워졌어요.

결론적으로 공간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만 예전에 지어진 집이라 층고가 높아서 시공하시는 분들께서 그나마 공간이 많이 좁아 보이진 않을 거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저희의 애호(家)가입니다.

애호가라는 이름은 4년 전 이 집에 들어올 때 집에 지어준 애칭입니다. 사진은 리모델링 후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과 식탁 공간이에요. 저 식탁의 자리가 작은 방이었어요. 개방감을 주니 전보다 탁 트인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주방과 욕실 사이에 가벽을 설치해서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4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보니 집안 곳곳에 저희가 살아온 흔적으로 칠하고 보수할 곳이 생기긴 했지만, 그런 흔적들이 또 저희의 히스토리가 되는 것 같아요.

2. 거실

저희 집은 매우 아담해서 큰 가구가 없어요. 침대 프레임도 남편이 직접 제작하고 우측에 유리 문이 달린 수납장도 남편이 제작했기 때문에 가구를 사고 싶은 로망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습니다. 후후. 저희 집은 그림을 그리는 남편 덕분에 곳곳에 남편의 그림들과, 아이의 그림들이 있습니다. 공간이 작은 편이어서 큰 가구보다는 작은 가구들과 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집안 전체를 밝아 보이게 했어요.

아이가 4살 무렵 유럽 여행을 하면서 스웨덴에서 묵었던 숙소의 헤링본 바닥이 인상 깊어서 언젠가 리모델링을 한다면 마루는 꼭 헤링본으로 하자고 결심했는데, 결국에는 이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벽에 걸려있는 빵 시리즈 그림은 남편의 그림 중에 제가 애정 하는 그림입니다.

빈티지 가구에 관심을 갖던 중 1960년대에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shelf를 발견하고, 너무나 귀여워서 한눈에 반하여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창 바로 앞엔 건물이 있기 때문에 저희의 공간을 침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에메랄드 그린이라는 나무를 화단에 심었어요. 이 나무가 저희에게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3. 침실

침실은 말 그대로 침대와 붙박이장만 있어요. 그래서 창가에 화분과 신진 작가들의 오브제를 구매해서 심심함을 조금은 달래주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컬러가 그린과 화이트인데요, 봄과 여름의 청량함을 주려고 그린 컬러의 패브릭을 걸어두었습니다.

침대 맞은편으론 붙박이장이 한 쪽 벽면에 설치되어 있어요. 요새 손잡이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예쁜 손잡이가 많아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보는 중입니다.

4. 주방

주방 쪽 식탁이 놓인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집안 전체를 층고를 높여 공사를 들어가려 했는데요. 냉난방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고 전선들이 천장에 있기 때문에 공사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했었어요. 그러던 중 식탁 쪽 부분의 공간 만이라도 높이자는 의견이 나와서 시공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식탁 옆 창문도 원래는 벽이었는데, 이렇게 창을 내니 밝아지고 좋더라고요. 주방에도 남편의 빵 시리즈 그림이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 그림들이 공간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식탁 선반 옆에도 남편과 아이의 그림이 나란히 있습니다.

주방 수납장은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 중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장 기본인 화이트로 하려 했다가, 베이지 톤으로 최종으로 결정하고 시공했습니다. 대신 조명과 체어를 핑크 톤으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그리고 제가 손잡이에 대한 애착이 있다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무광 골드 톤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어서 많이 고르고 골랐습니다.

5. 아이 방

저희 집에서 가장 정돈하기 힘겨운 공간이자,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공간이기에 아주아주 컬러풀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천장의 가랜드는 지인께서 아이가 어렸을 때 만들어주신 것인데,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계속 걸어두고 있습니다.

아이의 공간은 아이가 채우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스스로 인테리어 위치도 바꿔보고, 제안도 하고 그림을 그려 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꿈도 자주 바뀌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기도 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도 합니다. 또 어느 날은 제빵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초등학생입니다.

아이가 꽃을 많이 좋아해서 이번 어린이날에 시들지 않는 펠트 화병을 선물해 줬는데, 너무나 좋아해서 저도 만족하는 오브제입니다.

핑크를 좋아하는 아이 방 한쪽 벽에는 책 선반이 있고, 반대편에는 이렇게 하이 벙커 침대가 자리 잡고 있어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책상을 둬야 했는데 침대와 책상을 다 놓기에는 공간이 협소하여, 침대와 책상을 동시에 배치할 수 있는 제품을 알아보고 결정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정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이에요.

참 컬러풀하죠. 디자인 회사를 다니면서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는데, 아이가 좋아하기도 해서 책들 사이에 이렇게 놓아두었어요. 아이가 클레이로 만든 오브제도 같이 두었고요. 제가 모은 지 20년 된 피규어도 있습니다. 사실 이건 일부분이고요, 남편의 건담들과 나머지 피규어들은 저희 집 지하실 창고 박스 안에 잘 두었습니다.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6. 작은 마당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밖으로 나오면 자그마한 마당이 있습니다. 여기에도 남편이 그린 그림들을 시즌마다 바꿔서 걸어두기도 해요.

리모델링 전 저희 집 마당입니다. 맨 뒤쪽에 문이 있는 곳은 정화조인데, 아이가 조금이라도 마당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시공을 결심했습니다. 맨 처음엔 잔디를 깔았는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깔끔하게 데크로 시공을 했습니다.

더운 날에도 만화책은 포기 못하는 초등학생입니다.  : )

요즘 저희가 기다리는 시간은 주말 밤 마당에서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이 소소한 즐거움이 저희에게는 큰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화단에 심어놓은 수국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작년에 반셀프로 만든 화단입니다. 에메랄드그린이라는 식물을 화분으로 두었다가 점점 커져서 화단을 만들어 심어 주었어요.  4계절 나무여서 키우기도 쉽고 창가 쪽에서 바라보면 푸릇푸릇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햇빛 쨍한 날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나무 때문인지 비 오는 날도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전 찍은 외관 사진입니다. 올해 남편과 다시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습니다. 부지런해야 합니다..

저희가 이 집을 만났을 때 첫눈에 반한 감나무입니다.

첫해 가을이 되었을 때 수확한 감이에요. 동글동글 참 귀엽고 예쁘죠. 시중에서 파는 감보다 당도가 훨씬 높았어요. 동네 어르신들과 이웃들께 나눠 드리고, 지인들에게도 드리고 참 고마운 감나무예요. 그러나 한여름 송충이들과의 사투는 잊지 못할 거예요. 흐흐. 2년에 한 번씩 감이 열리는데, 작년에 수확했기 때문에 내년에 감이 열리네요.

겨울의 집입니다. 단독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가까이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어마어마하게 많죠. 매우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 저는 부지런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남편이 정말 많이 부지런해졌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주택에서의 삶이 좋아졌습니다.

눈 쌓인 나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집니다.

아이가 5살 때까지는 벽에 그림을 종종 그렸어요. 덕분에 싹 도배를 하고, 창가에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지우기도 좋고, 아이도 마음껏 그릴 수 있고, 멋진 작품도 되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가 저희가 4년째 살고 있는 애호가 이야기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예전에 친정 엄마가 저희 남매를 시집, 장가보내고 추억이 많았던 집에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마지막 날 그 집을 떠나면서 집안 곳곳을 청소하며 눈물을 지으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언젠가 이 집에서 이사를 하게 된다면 엄마처럼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한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저희 가족에게 이 집은 소중한 벗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고 울고 참 많은 추억이 있는 이곳이, 아이가 자란 뒤에 아이의 삶에 있어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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