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사 끝… 드디어 ‘한강’이 보이는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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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약 20년 동안 영상디자인 -> 프로모션 디자인 ->  UI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업에 종사하고, 현재도 디자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공간을 갖게 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유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집을 사기까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사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이 했어요. 20대 후반에 독립하면서 혼자만의 이사가 시작되었고, 수많은 이사 후 마침내 이사를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제 특기인 최고점 매수를 단행했기 때문인데요, 맞습니다. 집을 샀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젠 거지가 되었… )

집을 산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더 이상 이사하고 싶지 않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연 내 인생에 이사가 없을까? 아닌 거 같습니다. 또 하겠지요. 그래도 이왕 집을 샀으니 인테리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테리어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도 아니고 결정 사항들이 너무 많아서 어머니와 형의 집을 인테리어 할 때도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최대한 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 곳에서 살려면 새집, 내가 살고 싶은 집처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테리어를 결심했습니다.

이 집은 기둥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구조변경이 나름 가능한 집이었습니다. 예전부터 로망은 방이 없는 큰 거실에서 생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든 벽을 다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인테리어 대표님께서 두 번인가 확인을 하셨던 거 같다. ‘고객님 괜찮으시겠어요? 나중에 집이 안 팔릴 수 있어요. 아니면 원복 해서 매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걱정을 해주셨어요.

당분간 팔 생각이 없기도 했고, 그냥 계속 살 생각이어서 고민은 그때 가서 하기로 하고 최대한 넓은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인테리어는 시작되었고, 함께 많은 고민에 선택 수정 고민 수정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는 카민디자인입니다.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을 거예요. ㅠㅠ)

4년밖에 안 된 아파트이지만 내가 원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완벽한 철거가 필요했습니다. 멀쩡한 집을 다 부수는 것이 뭔가 좀 거시기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난 오래오래 여기서 살 거다.’라고 마음다짐을 했던 것 같아요.

2. 도면

기존 도면입니다.

변경된 도면입니다. 기존 도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거실 1, 방 3, 화장실 2개의 평범한 구조의 아파트예요. 개인적으로 한국의 아파트 및 빌라는 작은 방을 여러 개 만드는 게 항상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제거할 수 있는 벽은 모두 제거해달라고 말씀드렸고, 그 과정에서 그래도 방은 하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잠을 잘 수 있는 방은 분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은 전부 개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이 집의 메인은 거실 및 주방입니다. 아마 모든 집의 메인은 거실과 주방일 거예요. 이 집도 마찬가지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드레스룸 및 서재가 연결되는 구조가 가장 큰 콘셉트입니다. 이 집은 남서향 집이고, 뷰가 좋은 집이라 어디서든 뷰를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였습니다.

집에 끝쪽인 서재에 앉아 있어도 뷰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책상에 앉아서 멀리 있는 창을 볼 수 있도록 천장에는 뭔가 매달려 있는 게 싫었거든요. 그래서 후드가 필요 없는 후드 일체형 인덕션의 선택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현관 Before

현관 After

자세히 보면 프레임 없는 유리 중문이 있습니다. 유리 파티션을 설치한 이유는 저는 칠성이라는 15살 고양이님과 함께 사는데 털이 매우 많으신 분이라 털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이 필요했습니다. 덕분에 책상에 앉아서도 밖의 뷰를 감상할 수 있어요. 정면에는 강. 오른쪽은 숲. 매우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거실 Before

비싼 대리석이라고 하던데… 흑

거실 After

거실의 TV 위치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파트 구조상 TV 위치는 큰 벽 쪽에 위치시키는 구조이긴 했지만 동쪽 방향으로 TV를 두면 앉아서 보는 뷰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편이 서쪽 방향 기둥에 TV를 위치시키고 싶었어요. 그러나 벽의 길이가 짧아서 큰 TV를 두면 돌출(?) 뒤는 부분이 있어서 파티션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파티션을 설치하면 그만큼의 뷰 손실(?)이 있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과 많은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린 것은 유리 파티션이었습니다. 공간의 분리도 하고 벽의 기능 그리고 시야를 가리지 않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TV는 거거 익선! (디자이너님 감사합니다! )

TV 뒤 유리 가벽을 통해 풍경이 보입니다.

또한 소파를 고르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편안하고 넉넉한 사이즈가 큰 소파 위주로 보다가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고 큰 소파를 두면 큰 거실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생각으로 다시 작은 소파를 찾아서 결국 선택한 것은 Spectrum Sofa by Martin Visser입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배드 기능까지 있어서 매우 만족합니다.

또한 저는 풀업을 매일 해야 하는 사람이라 풀업 바를 설치하길 원했습니다. 물론 무광 스틸로! 위치는 바로 TV 뒤에 풀업 바를 설치해서 언제든지 매달릴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4번 정도는 풀업을 하루에 100개씩 꾸준하게 하고 있답니다.

몬스터럭쳐 제품과 홈팟의 조합은 좋습니다.

5. 주방 Before

창쪽에서 바라본 거실과 주방이에요.

주방 After

소재의 통일감을 위해 아일랜드 상판은 스테인레스 마감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관리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디자인 통일감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고 결정을 했고, 현재 보기에는 좋아 보여요. 아마도 살면서 장단점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 주방을 설계할 때 다이닝 테이블 높이를 아일랜드 주방가구 높이와 맞추려고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게 디자인상 이뻐 보일 것 같아서였어요. 만약 생각한 높이대로 제작을 했다면 바 타입 의자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거예요.

고민 끝에 일반 테이블 높이로 결정하고 제작을 하지 않고 기성품을 구매하였습니다. 이유는 가끔 어머니가 오실 것 같은데 식사하실 때 불편할 것 같아서. 결정하고 생활해보니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실이 있었지만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네요.

그렇지만 비트라 솔베이 테이블은 근래에 재고가 많이 없어서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요즘은 EM이라고 해서 금속다리 테이블이 살짝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고 재고가 많기도 한데요. 하지만 저는 원목다리로 된 테이블을 구하고 싶었고 결국 구했습니다.

임스 체어는 빈티지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요즘 다이닝 테이블 높이보다는 살짝 낮은 감이 있지만 착석감은 매우 좋습니다. 물론 다른 비트라 의자들도 착석감은 매우 좋아요. 특히 비트라 팁 톤 체어는 앉아 본 사람마다 가볍고 편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줬습니다. 정작 전 별로 안 앉아봤네요…

우드와 스테인레스의 느낌이 좋습니다.

화이트 + 금속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아직 성능을 확인해보지 못한 밀레 인덕션이에요.

주방에 숨어 있는 우리 이모님, 밀레 식기세척기입니다.

다용도실은 이렇게 포켓도어로 숨겨두었습니다. 모든 것은 그리드를 맞추기 위해… ㅎㅎ

공간과 잘 어울리는 레어로우 스테인레스 선반입니다.

6. 작업실 Before

작업실 After

작업실 공간입니다. 거울로 비지는 반대쪽 뷰와 측면 뷰의 재미있는 구성이에요.

저녁시간이 되면 해가 길게 늘어지면서 집안 전체를 황금빛으로 만들어 줍니다.

테크노사의 노모스 테이블과 허먼밀러 그리고 아이맥입니다.

아이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근래에 M1 맥북에어와 XDR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7. 침실

유일한 방인 침실. 저는 참고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고 잠만 방에서 자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에는 침대만 있으면 되는, 다른 건 필요 없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방을 굉장히 작게 해도 되겠다 싶었지만 좀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적당한 사이즈로 침실을 구성했습니다.

가구는 딱 2개. 침대, 책장. 거의 10년 이상을 사용하던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이번 기회에 교체했습니다. 어떤 가구를 해야 할지 몰랐는데 매우 좋은 형이 좋은 가구를 소개해 줘서 제품을 주문 제작했습니다. (봉진이 형 선물 감사해요!)

참고로 저는 좋은 나무가 무엇인지 좋은 가구가 무엇인지 잘 몰라요.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가구를 사용해본 사람에게 추천받으면 나에게 그 가구는 좋은 가구입니다. 물론 사용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어떤 게 좋은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색상과 생김새 모두 마음에 들고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 생활할 가구들 일 것 같습니다.

8. 욕실

30평대 아파트는 대부분 2개의 화장실을 보유(?) 하고 있는데요. 2개의 화장실은 나름 사용에 장점이 있지만 작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어 화장실을 1개로 크게 크게 사용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욕조 사용 빈도수가 아주 적기 때문에 널찍한 세면대와 샤워부스만을 원했습니다. 큰 타일과 유리. 그리고 조명이 끝인 아주 깔끔한 화장실을요.

수납은 상단 수납과 하단 수납으로 넉넉하게 구성하였고, 기교 없이 단순한 구조로 구성을 하였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바닥의 단차인데요. 방과 거실과 화장실의 바닥 높이를 같도록 구성하고 싶었는데 이 부분을 까먹고 있었다는… 물론 저는 화장실을 건식으로 사용합니다.

건식의 장점은 관리가 너무 편하다는 점! 미쿡 서타일이죠.

9. 인테리어 시 고려한 점

1) 그리드

인테리어를 하면서 몇 가지 강조 드렸던 것은 그리드, 간격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천정의 조명 그리드 및 스위치와 보일러 컨트롤러의 간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천장은 소방 관련 그리고 통풍 관련 때문에 조명 그리드를 아무리 잘 맞춰도 깨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위치나 천정조명은 작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정쩡한 간격 그리고 어긋난 그리드로 구성되어 있다면 영원히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작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 색상과 머터리얼의 단조로움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했던 것은 색상과 머터리얼의 단조로움이었습니다. wood / metal / glass를 메인 콘셉트로 구성하였고, 다른 콘셉트가 겹치지 않도록 단조롭게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그리고 단조로운 구성이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조건은 내가 가진 물품을 더 많이 버리는 것. 이 부분은 좀 어렵습니다. 추억이 있는 물건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용기 내서 지금도 매일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추억은 가슴으로 그리고 기억으로 남기는 걸로 생각하면서요.

발뮤다 에어엔진과 아르떼미데의 조명이에요.

비트라 스툴 + 레어로우 사이드 테이블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바실리체어, 의외로 착석감이 좋습니다.

3) 조명/가구

나름 물어도 보고 찾아도 보고 직접 만져도 보면서 괜찮은 가구, 조명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런 가구에 관심이 없었던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비싸…. 뭐 이리 비싸…. -_- 뭐 어쨌든 어울리고 필요한 가구 중심으로 구매를 했고, 아직도 제작 및 배송 중인 가구들이 많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배송기간이 4-6개월 걸리기 때문입니다.

TECTA의 조명인데 독일에서 직구했습니다.

이 조명은 FLOS Taccia PMMA 조명인데 인스타에서 인테리어 사진을 보다가 궁금증에 실물을 보지 못하고 구매하였습니다. 결론은 매우 만족. 개인적으로는 빛으로 눈뽕(?) 맞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간접적으로 빛을 내어주는 조명들을 선호합니다. 아래 플로어 조명은 아르떼미데의 아테나 제품입니다.

그리고 서재 끝에 붙박이장 마감을 거울로 한 것. 집을 더 넓게 보이게 하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뷰가 반복되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거울로 부탁드렸습니다. 현재까지는 매우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뷰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내 모습을 보는 건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

별다른 물건을 집에 두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뭔가를 두어 집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계속해서 집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대로의 모습으로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다 보면 나와 집만 남아 온전하게 내 집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마도 채우고 버리고를 반복하겠지만 채우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을 더 늘리려고 합니다.

두꺼운 스테일레스 상판은 많이 비쌉니다. 하지만 두께가 주는 느낌이 있다. 고 믿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인테리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물론 가구도 이케아 외에 브랜드는 잘 모르기도 했었고요. 그만큼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사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구 브랜드를 찾아봤고 여러 매장에 돌아다녀 봤습니다. 재미 반 귀찮음 반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큰 감흥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지 않겠다는 다짐(?)

무엇을 채워야 할지 무엇을 비워야 할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아마 여기 사는 동안 계속 반복될 것 같습니다. 성향상 한번 정리되면 배치를 잘 바꾸지도 않고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사용하지 못할 때까지 쓰는 성격이라 아마 현재의 구조와 정리된 가구들이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것 같습니다.

10. 질리지 않는 창밖의 풍경들

글을 마치며

약 20년 동안 한 분야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살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까지는 꾸준하게 해보려고 해요. 빠른 은퇴를 위해 더 열심히!

또한 인테리어 공사 잘 진행해주신 카민디자인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번 더 하면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인테리어 멈춰!)

1차적으로 어느 정도는 완성되었으니 아마 당분간은 큰 변화 없이 이 집에 적응하면서 살 것 같습니다. 칠성이도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적응 중인 것 같아요. 잘 적응해서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게 살자 칠성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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