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화 된 걸 모르고 팔아버린 땅,
손실보상금 받을 수 있을까?
가지고 있던 땅이 국가의 소유가 된다면, 국가는 마땅히 땅의 주인에게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만약 가지고 있던 땅이 국가의 소유가 된 줄도 모르고 타인에게 팔아버렸다면, 그때도 국가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자신이 소유한 땅이 국유지가 된 줄 모르고 타인에게 팔았던 사람이 뒤늦게 손실보상금을 달라고 요구한 소송의 결과가 전해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땅 팔고 50년 만에 돌려 받는 손실보상금만 무려 83억
A씨는 1964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땅을 사들였다. 각각 1250평, 103평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후 A씨는 1975년과 1983년에 걸쳐 B씨 등 타인에게 이 토지들을 전부 팔았다. 이 토지들은 행정구역 변경 등을 거치며 현재는 서울 강서구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토지는 1971년 구 하천법에 따라 하천 구역에 편입되면서 법적으로 국유지가 됐다.
서울시는 1989년에야 뒤늦게 이 토지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B씨를 포함해 땅을 매수한 이들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손실보상금이란 지방자치단체 등이 토지 소유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A씨는 작년 2월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금을 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토지들의 매매계약이 유효하므로 손실보상청구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서울시는 B씨 등의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으므로 A씨에 대한 보상금 지급 의무는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27일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토지는 개인 간 거래 대상이 될 수 없어 매매계약도 무효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의 토지는 1971년 국유로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하천 편입으로 인한 손실보상금은 적법한 소유자인 A씨에게 귀속된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서울시는 A씨에게 손실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손실 액수로 83억 5천만 원을 책정했다.
서울시가 B씨 등을 소유자로 보고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더라도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한 게 아니므로 A씨에게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매수인들에게 지급했던 손실보상금은 회수가 어려운 만큼, 서울시 측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법적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국유화 모르고 진행한 거래는 무효”
지난 1월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을 다룬 재판이 있었다. C씨가 1969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서울 성동구 소재의 땅이 대홍수로 인해 국유지로 편입된 것을 모르고 1973년 매각한 사건이다.
1972년 발생한 대홍수로 땅이 하천에 편입되었으나 이를 모르고 토지를 팔아버린 C씨는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소송을 걸었다.
이 사건에서도 역시 법원은 C씨의 편을 들었다. 국유화된 사실을 모르고 진행된 토지 거래는 무효라고 본 것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제각각 갈리고 있다.
“당시 소유자가 A씨가 맞기 때문에 A씨에게 손실보상금을 주는 건 합당하다”, “소유권 이전을 뒤늦게 한 것은 서울시의 잘못 아니냐” 등 원래 소유자였던 A씨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그러면 A씨는 땅 팔면서 번 돈과 손실보상금을 다 챙기는 것 아니냐”, “이걸 악용해서 알고도 모른 척 토지 매매하는 경우도 있지 않겠냐” 등 비판적인 반응 또한 존재한다.
서울시 측이 재판부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하겠다 나선 이상, 추후 공방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