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뇌 조직의 신경교세포로부터 발생하는 1차적 종양으로, 극복이 어려운 난치성·악성 종양으로 꼽힌다. 치료가 어려우면서도 전체 뇌종양 환자의 15% 정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유형이기도 하다.
그동안 교모세포종은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가 잘 듣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연구팀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능을 높이는 원리를 밝혀내, 교모세포종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 세포만 공격하는 치료법,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항암치료 요법이라 할 수 있다. 면역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인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해, 항암 면역작용을 강화함으로써 암 세포를 제거하도록 하는 원리다. 기존 항암치료법인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의 경우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킬 우려가 있지만, 면역항암제는 암 세포를 특정하여 공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욱 진보된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는다.
면역항암제의 구체적인 유형으로는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 요법’, ‘면역증강제’ 등이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차단해, T세포가 암 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원리다.
CAR-T 세포 요법은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한 다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 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계통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는 면역항암치료법이다.
면역증강제의 경우, 면역 체계의 전반적인 기능을 강화해 암 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높이는 약물이다. 면역 세포의 활성화, 증식, 기능 강화의 작용을 한다.
이러한 면역항암제들은 기존 항암치료에 비해 더 지속적이면서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암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난치성 뇌종양에 해당하는 ‘교모세포종’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공격적이며 까다로운 교모세포종
교모세포종은 뇌에서 1차적으로 발생하는 종양이면서 가장 악성이라 할 수 있는 신경교종이다.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며 전이되는 경향이 있어, 재발이 잦고 그로 인해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악명을 갖고 있다. 기존 항암치료법은 물론,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도 잘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치성 종양으로 꼽힌다.
교모세포종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물질을 생성해 면역 반응을 피하는 것은 물론,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직접 발현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즉,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뇌에 위치하는 종양은 ‘혈뇌장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약물이 뇌에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어렵게 약물이 뇌에 도달하더라도, 교모세포종은 면역 항원(세포 표면의 단백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항암제가 종양 전체를 인식해 공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교모세포종의 치료를 위해 면역항암제의 일종인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해 수차례에 걸친 임상시험을 진행했음에도,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제한적인 효과만 확인한 바 있다.
면역 억제 수용체를 차단하는 접근법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예방진단기술연구센터와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교모세포종과 같은 난치성 암에서 T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약해진 원인을 분석해,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유도된 실험쥐 모델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교모세포종 암 세포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백질(PD-1)을 발현시켜 약물의 효과를 상쇄시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억제성 Fc 감마수용체(FcyRIIB)’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면역관문억제제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실험쥐의 생존율이 개선되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cyRIIB가 차단됐을 때, 암 세포의 정보를 기억하는 T세포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늘어난 T세포는 지속적으로 종양 조직 내 침투를 이끌어, 면역관문억제제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연구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제한된 효과를 보일 경우,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특히 교모세포종과 같은 종양의 경우, FcyRIIB 억제를 병행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법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면역관문 치료제를 이용한 뇌종양 치료 임상 실패를 극복할 가능성, 그리고 다른 난치성 종양에 대한 범용적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라며 “추후 세포독성 T세포의 종양 세포치료 활용과 접근 가능성도 확인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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