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 IMF보다 혹독하다
청년들은 구직 단념, 중장년층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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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퇴사하지 마세요. 이력서를 써도 넣을 곳이 없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해당 글에는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절대 퇴사하지 말고 버티라”는 조언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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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글이 화제가 되자, 많은 네티즌들도 이에 동조하며 “요즘 같은 시기에 월급이 꾸준히 나오는 직장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이렇게 많은 이력서를 받아본 건 회사 생활하면서 처음”이라며 최근 구직 시장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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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불경기 속에서 직장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하게 채용 문을 걸어 잠갔다.
고용노동부가 10일 발표한 ‘2025년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구인 인원은 13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7% 감소했다.
이는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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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채용 축소로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를 의미하는 구인배수는 0.28까지 떨어졌다.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0.29)보다도 낮은 수치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구인배수 하락은 구직자 증가보다 기업들의 채용 축소 영향이 크다”며 “향후 동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자리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은 1월 기준 0.8%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0%대 증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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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29세 이하 가입자는 9만 1000명 줄었으며, 40대에서도 3만 5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가입자는 6만 3000명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기존 정규직 채용이 아닌 단기·비정규직 중심으로 노동 시장이 개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18개월 연속 고용보험 가입자가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2만 1000명이 줄며 역대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들은 구직 포기, 중장년은 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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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청년층과 중장년층 모두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2만 1000명의 청년이 “그냥 쉰다”고 응답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급증한 것이다.
청년들의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늘어났다. 지난해 졸업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1.5개월로, 전년보다 1.1개월 증가했다.
어렵게 취업해도 장기 근속은 쉽지 않았다. ‘쉬었음’ 청년의 73.6%는 과거 직장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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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10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재취업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경쟁이 극심해졌다. 문제는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45세 이후 퇴직한 근로자는 재취업까지 평균 15.6개월이 걸렸다. 청년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설령 재취업에 성공해도 급여는 대폭 삭감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중고령자가 재취업하면 이전 직장 대비 임금 수준은 약 70%에 불과했다.
60대 근로자의 40%가 월 2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으며, 70대는 절반 이상이 100만 원도 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도 어려워… 그냥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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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절망에 빠졌다.
한 대기업 직장인은 “퇴사하고 싶어도 이직 시장이 얼어붙어 그냥 버티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경력직 채용이 거의 없다고들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3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도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신규 채용이 급감하면서 고용 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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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용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도 과거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인해 신규 채용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일자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예산의 70%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채용을 유보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대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맞물려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채용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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