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사라지며 금융 접근성 악화
고령층, “한 시간 걸려도 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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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마지막 은행까지 사라졌어요. 은행에 갈 방법이 없습니다.”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전국적으로 은행 점포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말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849곳으로 1년 새 53곳이 줄었다.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2,000곳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노년층이 많은 지방에서는 금융 접근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평균 432m만 이동하면 은행을 찾을 수 있지만, 강원도에서는 평균 6.47km를 이동해야 한다.
강원 양구, 경북 봉화, 전남 신안 같은 지역에서는 은행 한 곳을 이용하기 위해 25km 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 줄여도 문제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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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를 이유로 점포를 줄이고 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927개에서 1년 만에 3,790개로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의 70~80%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4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100으로 봤을 때 60세 이상은 평균 55.3, 70대 이상은 30.2에 그쳤다.
금융 서비스 이용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 대리업, 해결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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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금융 취약 계층의 불편을 덜기 위해 은행 대리업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우체국 등 비은행 기관이 은행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은행 대리업은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입출금 같은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다.
일본은 2005년부터 시행 중이며, 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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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부터 은행 대리업 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 거주자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리업자가 금융 소비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대리업자의 자격 요건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금융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축소, 지역 격차만 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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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은행 점포 감소가 금융 접근성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서울에서 은행 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223곳), 가장 적은 곳은 도봉구·강북구(17곳)였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영업점당 고객 수가 4,000명 미만이지만, 도봉구·강북구·중랑구 등에서는 1만6,000명을 넘는다.
한 전문가는 “은행 점포 축소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한 지점당 고객 수가 1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며 “은행 운영 정책이 지역별 금융 접근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1월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고령자·장애인·비도심 거주자의 금융거래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과 금융당국이 단순히 점포 축소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년층과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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