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 관세 부활, 韓 철강업 ‘직격탄’
현대제철, 사상 첫 부분 직장폐쇄 단행
국내 철강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 1위 현대제철마저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까지 겹치며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한국 철강업체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철강업체들은 지금까지 일정 할당량(쿼터) 내에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왔으나, 해당 조치가 종료될 경우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철강업체들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과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S&P는 “2024년 기준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철강 수입량의 약 10%를 차지하며, 이는 중국(2%) 및 일본(4%)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관세가 시행될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특히 포스코홀딩스가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으로 인해 자본 지출이 증가한 상태에서 수익성 높은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경우, 재정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의 매출은 한 자릿수 초중반대, 영업이익 감소폭은 한 자릿수 중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P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있어, 최종 시행까지 변수가 남아 있다”며 “관세율이나 수입 할당량 정책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 강행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며 철강 분야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차지한 현대제철마저 심각한 노사 갈등에 휘말렸다. 노조의 게릴라식 파업이 지속되자 현대제철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4일 당진제철소 1·2 냉연공장의 일부 설비(PL/TCM) 라인에 대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회사 측은 “2월 1일부터 노조 파업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PL/TCM 설비는 냉연강판 생산의 핵심 공정으로, 이 라인이 멈추면 후공정 역시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5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성과금 지급을 두고 사측과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과 함께 기본급의 450% 및 1,000만 원을 성과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현대자동차와 같은 수준(기본급 500% 및 1,800만 원)으로 맞춰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성과금 지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473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약 65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25일 담화문을 통해 파업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서 사장은 “지금은 노사 갈등을 키울 때가 아니라, 한마음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회사는 최대한의 성과금을 제시했으며,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은 생산 차질로 직결되며, 이는 결국 회사의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대제철 노조의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업계 전반의 불황과 맞물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철강업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철강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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