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초기 준비 부족으로 뭇매를 맞은 가운데,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 8년간 새만금 잼버리를 명목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이 대거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를 이유로 지난 2019년 영국을 찾았던 부안군 공무원들이 현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를 직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무 유기 소지가 있는 처사로, 처음부터 손흥민의 경기 관람에 포커스를 맞춰 일정이 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일 공무원의 국외 출장 기록을 등록하는 데이터베이스(DB)인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4명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출장을 떠났다.
출장 목적으론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연구’라고 썼는데, 런던은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열었고, 파리에선 개최된 적 없다.
이것도 이상한 데 세부 일정을 보면 외유성 출장에 가깝다.
출장 일정표는 영국 버킹엄궁전·웨스트민스터사원, 프랑스 몽마르뜨 포도 축제, 몽생미셸 수도원 방문 등 관광 코스로만 짜여있다.몽마르뜨 언덕에서 와인 시음행사도 가졌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더욱 황당한 일정은 출장 3일 차의 영국 브라이튼의 아멕스 스타디움 방문. 수용 인원 3만1000여명의 이 축구장은 EPL 소속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홈구장이다.
EPL 경기가 잼버리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이 방문한 2019년 10월 5일은 토트넘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아 브라이튼과 원정 경기를 가진 날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장해 후반 27분까지 뛰고 벤치로 물러났다. 토트넘은 0-3으로 대패했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손흥민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잼버리와 무관한 축구장을 찾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온다.
실제 이때 출장을 간 한 부안군 공무원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본보에 “손흥민 경기를 직관한 것이 맞다”며 “잼버리와 관련 없이 (내가) 체육 시설 담당이라 축구장을 둘러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은 “공무원이 되면 손흥민 경기 직관을 국민 세금으로 갈 수 있다”고 비꼬았다.
한편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선정된 2015년 9월 이후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가 포함된 건수는 총 99건이다.
1000억원 넘는 예산 중 조직위원회 운영비로만 740억원 가까이 쓰이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이유로 외유성 출장을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니온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7일 브리핑에서 “2022년부터 지금까지 예산 총액은 1130억원이며 조직위 인건비 55억원과 운영비 2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잼버리 시설비 및 행사 사업비로 집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