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흔한 구옥, 외관까지 뜯어고쳐 ‘세컨하우스’로 만든 부부

431

개조된 구옥, 애프터 내부도 보기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현경이라고 합니다. 승무원으로 7년 동안 근무하고 있고 결혼한 지는 올해 4년 차예요.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있는 강릉 출신 남편 덕분에 강릉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와 좋은 공간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관심이 많아요. 저희 부부의 신혼집이 감사하게도 오늘의집에 소개된 적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는데요. 당시 저희 집 호수를 따서 #a5207호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 올리곤 했어요.

– 실제 생활을 하는 신혼집 말고도 새로운 다른 공간들을 가꾸고 계신다고요.

네, 말씀드렸듯이 남편 고향이 강릉이라서 그곳을 자주 가게 됐는데요. 한 번 매료되고 나니, 주말에 저희 부부가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강릉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교동주택’입니다. 남편이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구옥인데요. 집이 위치한 동네 분위기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망설임 없이 계약했고, 남편이 직접 설계를 했죠. 공사해 주실 분들을 섭외해 가며 집을 고쳤어요.

저희가 상상한 대로 완성된 공간에서 저희가 머물기도 하고 친한 지인들이 지내기도 하면서 SNS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숙박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졌고, 고민 끝에 살뜰히 관리해 주실 수 있는 시부모님께 운영을 부탁드렸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교동주택이 사람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구옥의 변신

– 그럼 교동빌라는 어떻게 짓게 되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교동주택에 관심 주시는 것이 정말 감사했지만 정작 저희가 지낼 기회가 많이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공간을 연출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교동주택과는 다른 구조와 형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구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요. ‘교동빌라’는 요즘 말로 투룸 공간이 각 층마다 있는 2층짜리 작은 빌라였어요. 넓지 않은 실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남편이 1, 2층을 내부 계단으로 이어보자며 설계와 밑그림 작업을 해왔어요. 보자마자 너무 반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던 것이 생각이 나네요.

*’교동빌라’에 저희가 머물지 않을 때에는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교동주택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구옥이 지닌 매력이 정말 크게 다가오셨나 봐요.

저희는 구옥이 주는 매력을 좋아해요. 그 건축물의 가장 빛나던 시기가 지나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지켜주었던 세월의 에너지가 구옥에는 있어요. 또 인테리어를 할 때도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기존의 공간을 고치는 쪽이 여러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변신시키는 재미와 성취감이 배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한테는 계단이 있는 이층 집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부잣집 같은 곳처럼요.(웃음) 교동빌라가 그런 저택은 아니지만, 공간 분리가 확실히 되고 작은 부분마다 재미있는 요소를 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 아무리 구옥의 매력이 엄청나다지만 공간을 새로 만들어내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내 취향과 가치관이 녹아든 장소를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서 어떤 보람을 느끼실까요?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또 승무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다른 나라에 짧게라도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공간이 주는 특별한 에너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그리고 남편은 편집매장 바이어로 일하고 있는데, 저만큼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각자가 경험한 호텔이나 좋은 공간들을 공유하는 게 저희 부부가 시간을 보내는 여러 방식 중 하나가 될 정도였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 같아요. 평소에 저희가 인테리어적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요소 또는 좋게 느끼는 부분들을 이야기 나누면서 교동주택이나 빌라에 반영하는 거죠. 그 부분을 발견해 주시는 분들을 뵈면 정말 보람이 있어요.

– 이번 교동빌라를 보고, 전체적인 무드가 굉장히 컨셉추얼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큰 영감을 받으신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넷플릭스 해외 드라마 중 라는 시리즈가 있어요. 영국 배경의 드라마인데, 그곳에 나오는 공간의 색감이나 구성들이 너무 좋았아요. 밝은 컬러와 여러 패턴 벽지를 보고 남편에서 비슷한 공간을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죠. 매일매일 보낼 공간이 아니기에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특별했으면 했어요.

–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집이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취향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고 그 가치관도 다르잖아요.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많은 분들인 아파트와 같은 획일화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아파트에 살고 있고요. 하지만 그 속에 분명한 취향이 반영된다면 충분히 아름답다 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요. 아주 값비싼 가구와 조명을 들여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작은 컵들이나 조립식 가구들도 내 취향이 반영된다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름답다 보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저는 책상 위에 좋아하는 색상의 문구류들을 올려두곤 했어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너무 행복했어요.

교동빌라의 모든 것

– 교동빌라의 외관은 어떤 무드로 연출하고 싶으셨나요?

건물의 형태가 전반적으로 폭이 좁고 너비가 긴 직사각형의 모양이에요. 그리고 양쪽으로 큰 창이 있어 채광이 굉장히 잘 드는 집이었죠. 하지만 거주 지역이다 보니 창문으로 옆집과 마주하게 되는 게 약간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창의 크기는 줄이고, 채광이 잘 드는 곳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햇빛의 양은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어요. 창의 변한 모습에 따라 외관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다만 창의 크기는 가로 / 세로의 크기를 모두 같게 제작해 통일감을 가지도록 했어요.

– 곳곳에 아름다운 요소가 많은 집이지만, 다이닝 공간에 특히 공을 들이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동빌라는 크게 6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주방 / 다이닝룸 / 벽난로룸 / 서재 / 침실 / 욕실. 다이닝룸은 남편이 직접 타일을 붙여 만든 다이닝 테이블과 오래된 리폼 체어, 비밀의 위스키장이 있는데요. 모두 남편이 직접 디자인해서 의뢰하거나 직접 만들었어요. 특히 남편이 공을 들인 것은 바로 위스키 장인데, 위스키 컬렉터일 만큼 애주가이기도 해서 남편의 로망이 실현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스피크 이지 바나 바에 가면 느낄 수 있는 비밀스럽고 차분한 조도를 생각하고 연출해 봤어요.

– 천장 디테일과 바닥 타일이 정말 유니크하고 아름다워요. 어쩌다 이런 디테일들을 추가하게 되셨을까요?

남편의 아이디어인데, 천장은 남편이 거래하는 브랜드 중 마르니라는 이태리 브랜드의 컬러 배합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블루와 브라운이 자칫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컬러들인데, 같은 톤으로 배열했을 때는 신선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바닥은 헤링본으로 하는 마루 시공들은 많은데 우리는 타일로 해보면 어떻까 고민하다, 가장자리 테두리는 좀 더 볼드하게 경계를 주고 그 안을 헤링본으로 그리는 것으로 남편이 스케치해서 보여줬어요. 상상만 해도 너무 예쁠 것 같아 바로 시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일반 타일 시공에 비해 몇 배 더 많은 인건비가 들긴 했지만 재밌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 좋아요.

– 옐로 포인트 체어, 푸른 벽지, 다양한 우드 톤. 인테리어를 할 때 색 조합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지저분하게 보일까 봐 심플하게 화이트 톤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경 님의 감각이 돋보이는 지점인 것 같아요. 주거 공간에도 여러 컬러를 사용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되는데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팁이 있을까요?

다양한 컬러가 있어도 유사한 톤으로 구성이 된다면 어지럽거나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중에 판매하는 컬러칩으로 여러 색 구성을 미리 비교해 보는 것도 색 조합을 예상할 수 있는 좋은 팁이랍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겠지만요.

– 테이블 뒤쪽 통로로 살짝 보이는 주방도 궁금해요.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네요?

주방에 필요한 여러 기구들이나 설비들이 가끔 지저분해 보일 수 있고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주방은 되도록 노출이 되지 않게 설계했죠. 대신 조명이나 오브제들을 활용해 공간과 조화롭게 하면서 타일의 색으로 포인트를 줬답니다.

– 계단은 어쩐지 신비롭고 차분한 느낌이 들어요. 어떤 분위기를 의도하셨을까요?

개방적인 계단 대신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위쪽으로 간접 조명을 더해 너무 어둡진 않도록 했어요. 계단은 1층 벽난로 방과 2층 서재를 이어주고, 또 서재를 통해 침실로 연결이 되어요.

– 이곳이 서재 공간이군요!

네, 계단을 올라오면 이렇게 바로 보이는 곳이 선반이 있는 서재 공간이에요.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저희가 주문한 조명이나 가구들이 코로나 때문에 아직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 지금은 미완성 단계의 공간입니다.

– 침실도 다른 곳 못지않게 근사해요. 아무래도 많은 창들 덕분에 유니크해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프라이버시나 채광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침실에는 총 4개의 창이 있어요. 세로로 긴 형태의 3개 창과 정사각형 모양의 창 1개. 세로로 나있는 창은 건너편 이웃집과 마주하고 있어 투명한 유리 대신 아쿠아 유리를 사용했어요. 채광은 유지할 수 있는 대신 실내 공간의 사생활은 노출되지가 않아서 효과적이기도 하고 인테리어 효과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사각형 모양의 창은 동네가 훤히 보이기도 하고 교동빌라가 조금 높은데 위치해 있어서 주변 기와 집들이 보이는 뷰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 알루미늄 블라인드를 설치했어요. 두께가 얇아 블라인드를 열었을 때는 시각적으로 방해된다는 느낌이 거의 없거든요.

– 침대, 협탁, 조명. 딱 있을 것만 있는 침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침실은 어떤 무드로 조성하고 싶으셨을까요?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어요. 먼저 조명에 가장 신경을 썼는데 버블 램프를 벽면에 설치하고 침대 옆에는 헤이의 테이블 램프를 두었어요. 조도 조절이 가능해 좀 더 안정적인 조명 연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모든 조명은 스위치로 연결을 해서 하나하나 번거롭게 끄고 키는 일이 없이 편하게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 욕실의 입구도 굉장히 재미있게 구성하셨어요.

욕실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노출이 안 되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파티션을 천장과 바닥에 고정해서 설치하고 광목 천을 더했죠. 파티션과 욕실 입구 사이에는 정돈할 수 있는 거울과 작은 선반을 설치했고 조명은 wastberg의 clamp 램프를 두었어요. 거울은 nomess 제품입니다.

–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벽난로룸. 이곳을 제일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어요. 교동빌라의 특색이 짙게 담긴 곳이자 정체성이 담긴 곳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 벽난로를 사용할 수 없어 전기 벽난로를 두게 되었고, 지금은 하절기라 타일로 그 공간을 연출해 봤어요. 저희는 현대적인 공간에 동양적인 오브제를 믹스 매치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지난 대만 여행에서 구입한 동양화들을 갤러리용 조명과 함께 걸어 뒀어요. 벽지는 다른 공간의 벽 컬러와 바탕색은 맞추되, 아름다운 플라워 패턴이 있어 이 공간이 정말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 교동빌라를 보면서, 현경님이 구옥이었던 이 건물과 참 많은 소통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정으로 가꾼 이곳이 앞으로 어떤 의미의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라시나요?

교동주택이나 교동빌라처럼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몇 가지 진행하면서 집이 주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집이 투자의 수단이 되어버렸지만 강릉과 같은 지방에는 아직도 비어있는 주택들이 꽤 많아요. 교토에 사는 친구를 만났을 때 알게 된 사실인데, 그곳에도 이러한 빈집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더라고요.

이후 집, 특히 주택을 통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그 부분에 대해 SNS로 저희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요. 주택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여러 주제로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습니다. 7월 18, 19일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서윤석님의 작은 전시회를 교동주택에서 열기도 했어요.

강릉에 오시게 된다면 공간이 주는 여러 다채로운 의미와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시를 보며 얘기 나누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