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 달라진 시골집 바로 보러가기
안녕하세요? 저희는 비글미 넘치는 6살, 4살 딸아이의 엄마이자 담양에서 남편과 함께 석재일을 하고 있는 돌부부라고 합니다 🙂 오랜 고민 끝에 올해 시골로 이사 오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1. 시골로 이사한 이유

우선 저희가 시골로 오게 된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아이들에게 좀 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리 이웃이 좋아도 늘 뛰지 마라, 살금살금 걸어라 하며 아이들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소파와 미끄럼틀만 빙글빙글 돌며 TV를 보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 순간 마치 아이가 동물원에 갇힌 사자처럼 보였거든요.

둘째, 저의 성향상 아파트 생활이 답답했어요.
저는 어릴 적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도시에서도 주택에서만 30년 이상을 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고 바람 소리, 나무 소리 듣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실내에서 생활하면서도 언제든 하늘을 보고 풀냄새와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숲과 마당이 있는 집을 늘 상상했어요.
셋째,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석재일을 배우게 되었어요.
작년에 시작한 남편의 새로운 일터가 시간상 출퇴근이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급히 공장에 가야 할 일도 생기는 등 갑작스러운 변수들로 인해 직장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런 이유들로 저희 부부는 담양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매물을 알아보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땅값과 만만치 않은 신축 비용으로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정말 우연치 않게 지금의 집을 보게 되었고 그 다음날 바로 가계약을 했어요. 아마 그동안 여러 매물을 알아보고 비교해 보면서 “아 이 집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2. 첫 만남

처음 저희 집의 모습이에요. 어떠신가요? 사람이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만하죠? 🙂 하지만 저희 부부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저희가 찾던 조건에 딱 맞는 집이었거든요.

✔ 담양 공장에서 10분 거리 일 것
✔ 120평 이상의 토지 면적 일 것
✔ 20평 이상의 주택 실평수 일 것
✔ 마을 한가운데보다는 귀퉁이에 있을 것
✔ 매매 가격이 적정선 일 것
✔ 리모델링 할 수 있도록 뼈대와 구조가 튼튼할 것
✔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무와 숲이 가까이 있을 것
당시 사람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집 관리가 전혀 안된 상태였지만, 그동안 노후주택을 리모델링 하는 사례들을 찾아보며 틈틈이 공부하고 있었기에 저희 눈에는 변화될 이 집의 미래가 보였습니다.
3. 도면 Before

건축 한 지 30년 가까이 된 집이라 도면도 손으로 직접 그리셨더라고요 🙂 방 4개, 화장실 1개, 부엌 겸 보일러실 1개, 거실이 있었습니다. 옛날 집이어서 방 개수는 많았지만 모두 작았고 특히 주방이 답답하고 어두웠어요. 화장실은 천정이 낮아 신랑이 제대로 허리를 펼 수도 없는 높이였고, 거실 또한 협소하고 답답했죠.
도면 After

리모델링이다 보니 다이내믹 한 구조 변경은 어려웠지만 안전함을 최우선으로 두고 최대한 저희 니즈에 맞게 공간을 다시 레이아웃 했어요.
그 결과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point 1 : 방 4개를 3개로 줄이고 기존 방 하나를 나눠 절반은 화장실, 절반은 다이닝 공간 신설
point 2 : 주방 옆에 있는 다용도실과 보일러실을 철거해 주방 확장
point 3 : 거실 앞 베란다를 실내 공간으로 확장하여 좁은 거실 보완
point 4 : 욕실에 조적 욕조와 통창을 설치해 내부에서 푸른 대나무 감상 가능
공사는 직영으로 진행했고, 남편이 각 파트별로 전문가를 섭외하고 일정을 조율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컨트롤했어요. 저는 주로 실내 인테리어나 소품을 결정하고 구매하는 일을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중 아닙니다 ^^;; 거실과 주방 벽체를 저희 부부가 한 달간 직접 페인팅했어요. 정말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되었네요.
4. 거실 Before


거실 After


좁고 어두운 거실을 최대한 넓고 밝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소파나 소품도 채우지 않고 그대로 비워두고 싶었고요.



그래서 일단 앞 베란다를 거실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앞 베란다는 단열도 취약하고 실제로 사용할 빈도도 낮을 것 같았거든요. 대신 기존 높이는 그대로 유지하고 바닥에 열선을 깔아 아이들이 책도 보고 가족 모두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실제로 살아보니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가 되었어요 🙂 한 겨울에는 뜨끈하게 허리도 지질 수 있고 봄에는 대청마루처럼 먼 산을 보며 계절을 즐깁니다.
기존 바닥은 높이를 그대로 두었는데요, 의도치 않게 요즘 유행하는 skip floor 구조가 되어 공간이 지루하지 않아요 🙂

5. 주방 겸 다이닝룸 Before


옛날 주택은 주방도 하나의 방처럼 사방이 막혀있고 문이 있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단절되고 답답한 주방 벽을 철거해서 개방감을 주었어요.
벽을 허물 때는 꼭 내력벽인지 확인해야 하고 안전상 문제가 있다면 추가 공사를 통해 안전하고 튼튼하게 리모델링을 진행해야 합니다.
6. 주방 겸 다이닝룸 After

구조 변경에서 제일 고민했던 곳이 바로 이 주방입니다. 처음에는 기존 형태에서 약간의 변화만 줄까 했는데 그러기엔 공간이 너무 좁아 도저히 가전과 싱크의 동선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과감히 펜트리 공간을 철거하고 11자로 길게 재배치하였습니다. 사실 답답해 보일까 봐 마지막까지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대만족이에요.

일단 한 면이 수납공간이 될 정도로 넓어서 상부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살림살이가 들어갔어요. 또 싱크와 가전, 수납장의 동선이 가까워서 요리할 때 몇 발자국 가지 않아도 모든 게 해결됩니다 🙂

어찌나 편하고 효율 적인지 요리하는 시간이 즐거워졌답니다.



주방과 맞닿은 방을 철거해 다이닝 공간을 새롭게 신설했어요. 1800미터 테이블은 이모저모 활용도가 많아요. 식사 시간에는 식탁으로, 그 외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소파가 없는 저희 집에서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앉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에요.


7. 안방 Before

안방 After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저희 부부와 함께 안방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침대와 토퍼를 나란히 두고 정말 잠만 자는 역할에만 초점을 두었습니다.
한 면 전체에 붙박이장을 짜 넣어서 수납력은 높이면서도 최대한 마치 벽처럼 보이도록 했어요.

8. 욕실 Before

기존 욕실 위에 작은 다락방이 하나 있었어요. 그 덕분에(?) 천장 높이가 180cm가 겨우 될 정도로 매우 낮았습니다. 180cm가 훌쩍 넘는 저희 남편은 상당히 당황했지요;;
욕실 After

선택의 여지없이 다락을 없애고 층고를 높였습니다. 또 대나무 숲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통창을 뚫었어요.

이건 사실 저의 로망 중 하나였거든요 🙂 반신욕과 노천탕을 좋아하는 제가 남편에게 특별히 주문한 워너비 사항이었지요.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조적 욕조예요. 이사 온 후 마음껏 목욕도 하고 물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도 어린 딸들과 함께 들어갈 만큼 넉넉해요. 덕분에 당분간 목욕탕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9. 세탁실 겸 보조 욕실

앞으로 커 갈 두 딸과 저희 부부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보조 욕실을 신설했어요.

안쪽으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치했고 그 위에 생활용품을 정리할 수 있는 선반대 길게 달았습니다. 관리하기 쉽도록 건식으로 사용 중인데 생각보다 청소도 쉬워서 대만족입니다.

10. 현관 Before

현관 After


현관이 매우 협소했기 때문에 디자인 요소보다는 본래 기능에 초점을 두었는데요. 신발장은 수납력을 최대한 올리고 시각적으로 한 면으로 떨어져 깔끔해 보이도록 신경 썼어요.

바닥은 살짝 무늬가 들어간 베이지 톤을 선택해 차분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주어 전체적으로 경쾌한 톤을 유지했습니다.
11. 집의 외관

마지막으로 집의 외관도 보여드릴게요. 첫 만남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정말 다른 집 같죠?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만들되 문은 나무문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저희 집 주변에는 이렇게 대나무 숲이 보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살 수 있고, 아이들도 마당에서 뛰어놀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마치며

수년간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시골에 와서 살아보니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가고 싶다는 마음과 가지 말자는 마음이 줄다리기했거든요 🙂

어떤 삶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죠. 상황과 환경에 따라 각자에게 더 어울리는 곳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편안한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때로는 형편과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저처럼 알고 있지만 두려워서 망설이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
혹여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어보세요. 시골에서 사는 것도, 그리고 오래된 주택을 고친다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더라고요 🙂
먼저 온 사람으로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