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깎아 만든 역대급 43평 주택! “여기 한국 맞아요?”

79

‘산’을 깎아 만든 주택이라고?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랜 서울 생활, 오랜 타지 생활을 각자 정리하고 함께 양양으로 내려와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두 자매입니다. 저희가 새로 집을 짓게 된 계기는 종종 여행하듯 어머니가 놀러 오시곤 하셨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일 년 중 내려와 계시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아예 근처에서 같이 살면 좋지 않을까? 하고 집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으면서 외지지 않고, 정원 가드닝이 가능한 마당이 있는 집을 찾고 싶었지만 조건에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때마침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작은 부지를 찾게 되어 큰 고심 끝에 엄마의 귀촌을 위한 집을 짓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두 딸, 그리고 저희 집 막내 망고와의 새 전원주택을 소개합니다~

1. 도면

저희 집의 큰 형태는 ‘ㄱ”자로 설계하였는데요. 바람이 심하기로 유명한 양양에서도 산을 깎아 만든 이곳은 특히나 심한 북서풍이 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당이 크지 않아 저희는 부담 없이 잔디를 깔았고요, 가드닝에 대한 로망이 있는 엄마를 위해 작은 텃밭과 화단으로 가득 꾸며갈 예정입니다.

저는 예전에 3d 관련 일을 해왔어서 레이아웃 단계에서 부터 3d 조감도 작업을 같이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공간의 크기, 창의 사이즈, 문의 위치, 층고 등 소소한 부분까지도 3d를 통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결정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2. 공사 과정

남들은 집 짓다가 머리 다 빠진다, 10년 늙는다고 하는데 저희는 좋은 소장님을 소개 받고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장님도 근처 이웃이시고 저희도 공사 현장이 가까워 빠른 결정이 필요하거나 이슈가 생겼을 때 바로바로 대응이 가능했던 점이 공사 기간 동안 큰 장점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현장 방문하면서 모든 공사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가로 6m, 높이 2.7m의 큰 거실 창을 위해 단열과 시공, 예산에 신경을 많이 썼던 거 같아요.

공사 기간 중 전체 점등식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3. 외관

단층 구조의 심플한 느낌의 건물이지만 건물의 높이를 4미터가 넘게 설계하여 메스감이 웅장하고 딴딴한 느낌을 줍니다.

건물의 지붕 마감은 저희 소장님께도 큰 숙제였는데요, 징크나 기타 마감재가 건물을 타고 내려와 살짝 보여지는 이질감을 피하고 싶어 정말 막판까지도 소재 선택에 고민이 컸던 거 같아요.

다행히 고민한 만큼 잘 어우러지는 마감재를 찾아 깔끔하게 시공 할 수 있었습니다.

마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벤치처럼 도란도란 앉아 수다를 떨기도하고 가볍게 일광욕하기 좋아 자주 앉아있게 되는거 같아요.

전체 조명의 온도를 3500~4000K 전구색으로 맞춰 창밖에서 볼 때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안이 훤히 보일 만큼 큰 창을 정면으로 넣었지만 눈썹 라인과 함께 오른쪽 콘크리트 벽이 시야를 막아주어 생활에 불편함 없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건물 외벽은 회색조 벽돌과 밝은 메지를 넣어 시공하였는데요, 떡메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보는 순간 저희는 그 러프한 느낌이 너무 좋아 바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밤에 조명을 받으면 울퉁불퉁한 게 특히 더 멋져 보여요.

4. 거실

오후 햇살이 너무 이쁜 거실은 저희 집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과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일상의 공간으로, 식탁에 앉아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여유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식탁에서 일을 하거나, 소파에 앉아서 있는 시간이 많아서 저희는 거실과 주방을 따로 분리하지는 않았어요.

처음 생각했던 인테리어 컨셉은 밝은 톤의 나무와 라탄조명이 노출 콘크리트와 어우러지는 모던하면서도 따스한 동남아스러운 집이었는데요, 엄마의 오래된 앤틱 가구들과 소품들이 들어오다 보니 묘하게 영국 가정집 컨셉이 되었달까요?

빨간 대형 카펫은 이전 아파트에서 너무 촌스러워서 버릴까 말까 고민하게 했던 물건인데 오히려 노출 콘크리트&나무 조합과 만나 유럽 빈티지 느낌도 나는 것 같고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모노톤의 회색 소파는 벨벳 소재라 콘크리트와 함께 있어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거 같아요.

저는 색감있는 카펫으로 인테리어 하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나 망고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군데군데 꼭 카펫을 까는데요, 색감과 패턴이 화려해서 나머지 소품들은 무난한 컬러로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실내 모든 층고는 새시에 맞춰 일반적인 거실 높이보다는 높이 시공되었습니다. 시원한 느낌이 들고 덕분에 실링팬도 부담 없이 설치가 가능했습니다.

금색 스탠드는 20년 전에 구입한 등인데 오래된 갓을 라탄갓으로 교체를 하니 다시 20년은 더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톱날 스크래치가 되어있는 원목 마루는 햇빛에도 빛이 반사되지 않아 진짜 나무를 깐듯한 느낌이 들어 러프함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거 같아요. 저희 식구들은 모두 맨발족들이라 거칠거칠한게 나무를 밟는 듯 자연스러운 촉감 같다며 좋아한답니다.

거실엔 TV 대신 오디오를 두어 그날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트는 게 일과가 되었어요.

잔잔한 음악과 함께 거실에서 일을 할 때면 멋진 뷰카페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요리를 해도 괜히 더 이쁜 그릇에 담고, 친구들과의 집에서 모임을 해도 어디 펜션에 놀러 온 기분이 든답니다 ㅎㅎ

거실의 개방형 통창과 포치는 집에서 가장 맘에 드는 멋진 부분이에요. 거실에서 이어지는 1.3m의 포치는 한여름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장마철 강한 비에도 빗물 튈 걱정이 없습니다.

창을 활짝 열면 거실이 크게 뚫려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말 최고로 좋은 선택이었어요.

함박눈이 내리면 창밖 뷰는 겨울 왕국이 따로 없습니다.

5. 주방

주방은 상부장이 없고 가로로 긴 서랍 형 주방이 너무 해보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긴 서랍은 사용성이 살짝 아쉽지만 그 멋스러움에 포기 할 수가 없더라고요.

해가 지는 오후의 주방은 참 따뜻하고 이쁜 거 같아요.

다이닝 공간의 포인트인 라탄등은 집을 짓기도 전에 구입해 놓고, 이 등이 멋스럽게 어울릴 집을 상상했어요. 가구를 살 때도 커튼을 달 때도 기준이 될 수 있는 이 집의 무드를 미리 그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라탄등은 밤에 멋진 그림자가 생겨서 더 매력적입니다.

조명은 그때그때 옮겨가면서 그 공간의 분위기를 가장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좋은 인테리어 소품인 거 같아요.

거실과 주방의 구분이 없는 만큼 냉장고의 위치가 여러모로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을 때나 복도를 지나 거실로 들어섰을 때 냉장고와 키큰장이 눈에 잘 띄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냉장고 보이는 게 왜 이렇게 싫던지..

이리저리 고민 끝에 노출 콘크리트를 파티션으로 구분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구조적으로나 인테리어적으로 잘 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냉장고는 비스포크 색상 중 “브라우니 실버”라는 색상인데요, 일반적인 실버가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살짝 붉은 기가 도는 매트한 다크 실버로 우드톤과 매치가 잘 되는 거 같아요.

주방 인테리어에서 특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밝은 원목마루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우드톤 주방을 찾는 거였습니다. 저희가 유독 원목 톤을 좋아해 바닥도 나무, 가구도 나무, 주방도 나무다 보니 조화에 대한 확신을 갖기까지 무척 어려웠던 거 같아요.

정말 많은 리서치와 고민들로 디자인 방향을 찾고 여러가지 인테리어 소품과 블랙, 실버 가전들이 자리 잡으면서 조화롭게 잘 구성된 거 같아요.

싱크대 앞 벽은 타일 대신 노출 콘크리트를 유지하고 대신 여러 번 방수칠을 하여 오염에 강하도록 마무리하였습니다. 인덕션 뒤와 싱크볼 뒤는 기름 때나 추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 아크릴 판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키큰장과 싱크대 사이에는 사각형 바구니를 두고 쓰레기통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인테리어 소품처럼 보여서 좋지만 자주 비워줘야해서 바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단점은 있습니다.

왼쪽 코너에는 커피머신과 전자레인지, 전기포트만 두고 잘 사용하지 않는 오븐과 에어프라이어 등은 팬트리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만 꺼내서 사용하고 있어요.

창밖을 보면서 설거지를 하고 싶다는 엄마를 위해 싱크볼과 수전의 위치, 창의 개폐 방향 등을 설계 초반부터 정말 꼼꼼하게 계획하였습니다. 요즘은 망고가 손님이나 택배를 체크하는 창이 되었어요.

테이블은 빈티지샵에서 구매하였는데 아래쪽으로 얇은 서랍이 있어 간단한 수납이 가능합니다.

6. 엄마방

엄마의 방은 깔끔한 원룸형 호텔? 같은 느낌으로 엄마만의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침의 일상이 익숙한 엄마를 위해 동쪽을 향해 큰 창을 두고 오픈 욕실과 작은 드레스룸, 방에서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새시 시공을 하였습니다.

방안에는 편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푹신한 1인 체어를 두었고요. 오른쪽 코너 공간은 추후 빗살 나무로 파티션을 두어 드레스룸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엄마의 방은 침대 프레임에서 느껴지듯이 스타일이 무척 앤틱스러워요. 이사 오면서 가져온 25년 된 침대 헤드는 새집에 오니 새것 같아 보입니다.

7. 욕실

욕실은 오픈형 구조로 문이 없지만 방문과 일관되게 원목 프레임 작업을 하여 통일감을 주었어요. 입구가 천장까지 뚫려있고 화분들도 함께 두니 발리의 어느 숙소같고 이국적인 느낌도 있는 거 같아요.

호텔같은 느낌을 주는 가장 큰 포인트는 매립형 수전인 거 같아요.

욕조 앞 창은 허니콤브 블라인드를 시공하였습니다. 동네 이웃분 추천으로 처음 접해봤는데 알루미늄 블라인드는 햇빛이 차단되는 반면, 허니콤브는 시야는 차단하되 햇빛은 투과되어서 욕조 옆 창에는 딱인 거 같아요.

8. 자매방

저희 두 자매의 모든 일상은 거실에서 지내거나 가게가 있는 곳에서 지내기 때문에 방은 심플한 침실로 구성하였습니다.

퀸사이즈 침대 2개를 두고 스탠드 하나, 그리고 안쪽에 있는 작은 오픈형 옷방이면 충분한 거 같아요.

콘센트의 높이는 일반적으로 많이 시공하는 높이 보다 10센치 정도 높게 위치하도록 했는데요, 이 작은 차이가 의외로 생활하는데 정말 너무 편합니다.

9. 서재 & 게스트룸

작은 사이즈의 세 번째 방은 서재와 가끔 놀러 오는 언니를 위한 게스트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도로를 향하고 있는 게스트룸의 창은 차량 소음과 외부 시야 등을 고려해 매우 높은 위치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창밖으로 항상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요.

모든 방문은 나왕 각재로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였고 원목 나무 특성상 휨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에 각 파이프로 구조를 짜 튼튼하고 묵직하게 설치하였습니다.

10. 공용 화장실

공용 화장실은 복도에 사용한 노출 콘크리트의 연장선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비슷한 톤의 회색 타일로 시공을 하였습니다.

자칫 단조롭고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원목 나무문이 들어가니 따뜻한 느낌도 주고 화사하게 보이는 거 같아요. 특히 욕실 나무문은 습기에 약할 수 있어 방수 코팅을 꼼꼼하게 하였습니다.

별도의 화장대는 두지 않을 예정이라 세면대 하부장을 길게 제작하여 화장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1. 팬트리

팬트리 안 한쪽엔 이케아 책장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다른 한쪽엔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를 함께 두었는데요, 이곳도 건식으로 설계를 하여 마루가 팬트리 안까지 연결되도록 시공하여 맨발로 다니기 좋은 거 같아요. 생각보다 물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건식이 무척 편합니다.

12. 복도

복도의 노출 콘크리트 벽에는 나중에 그림이나 사진을 걸기 위해 레일등을 설치하였습니다. 아래 있는 망고의 그릇 받침대는 현장에 남은 나무 조각들로 직접 만들었어요.

집을 설계하면서 메인 도로 방향인 북쪽으로는 소음과 외부인의 시야 차단, 그리고 북서풍 등을 고려해 창을 내지 않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복도와 현관 쪽으로는 공간이 조금 어두운 편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긴 간접등을 설치해 밤에는 은은하게 켜 놓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13. 현관

다들 중문은 꼭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중문 대신 두툼한 단열 커튼을 설치하여 겨울에는 단열 역할을 하고 여름에는 커튼 없이 개방된 느낌으로 생활하고자 계획하였습니다.

사실 커튼이 중문만큼의 단열은 되지 않겠지만 겨울을 제외한 모든 시즌엔 한 레이어가 없는 만큼 뭔가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외부 현관 입구의 콘크리트 박스는 택배를 받거나 비가 오는 날 현관 문을 열 때, 쓰레기를 모아 두기에 정말 유용하답니다.

집 앞 입구에는 4계절 내내 초록잎을 유지하는 식물을 심고 싶어 이국적인 야생화인 유카와 문그로우 블루앤젤을 심었어요. 유카는 야생화 답게 키우기 쉽고 어디서든 잘 자라는 게 큰 장점이지만 엄청 뽀족한 가시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14. 마당

엄마가 귀촌을 결심하면서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텃밭과 가드닝에 대한 로망이었는데요, 무릎에 무리가 갈까 싶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작은 텃밭을 가꾸는 건 운동도 되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1평 반 정도의 작은 텃밭에서도 수확량이 엄청납니다.

배추로 김장도 담그고 파절임도 하고 작정하고 가꾸다 보니 식자재도 풍성해지고 귀촌의 맛을 제대로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이즈의 토분은 용인에 있는 지앤숍에서 구매하였습니다. 토분의 종류도 많고 다양한 실내 식물들도 구경할 수 있어 추천 드리고 싶은 곳이에요.

봄이 되면 이곳은 다양한 꽃과 나무로 한가득 찰 예정입니다. 겨울 내내 버티고 있는 엄마는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고 하시네요.

마치며

​귀촌 생활의 일상은 단조롭고 평범한듯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과 행복함은 정말 크고 풍성한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엄마의 전원 라이프가 의미 있는 도전이 되고 행복과 여유를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