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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리빌딩]④벤처마인드 그만…”이해관계 끊어야”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창업자 김범수는 물론 카카오 법인으로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주력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마저 빼앗길 상황이다. 카카오는 그간 스톡옵션 먹튀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 등 갖은 악재를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법 리스크로 회사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강도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필두로 단기간에 공룡 기업이 됐지만, 경영진의 의식이나 내부 시스템이 여전히 초기 벤처기업에 머물렀던 게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미 명실상부한 대기업이 된 만큼 이에 걸맞은 준법시스템과 강령을 갖추고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범수 ‘형님 리더십’ 과감히 버려야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의 ‘형님 리더십’을 필두로 형·동생 문화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종의 온정주의다. 실제 그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 고생하며 동고동락했던 지인들을 주요 계열사 대표에 앉히며 ‘내 사람’을 챙겼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수장에까지 외부 사람을 영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이렇다 할 컨트롤타워 없이 내세운 ‘자율 경영’은 침몰을 가속화했다. 오너가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도였지만, 이는 도리어 개별 경영진의 일탈과 해이를 불렀다. 사적·사내 이해관계로 빠른 대응이 미흡했던 측면도 적지 않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생들이 회사를 차리면 출자 등을 하면서 도와준 뒤 (규모가) 커지면 인수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한 측면이 크다 보니, 일반 기업하고는 그 거버넌스 자체가 상당히 달랐다”며 “5년, 10년을 함께 끌고 온 사람들이니 (문제가 생겨도) ‘오늘부터 그만해’라는 게 안 됐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형님 리더십’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지켜야 할 선도 마땅히 잘 끌어내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위 동생들 리스크로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되면 그 동생들의 비즈니스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측근 등 얽힌 이해관계가 너무 많다 보니 수익이 안 나는 사업도 그대로 끌고 가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며 “과감한 정리와 혁신을 통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시그널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는 벤처 아니다…”법은 돌파 아닌 준수 대상”

카카오는 공정거래법상 엄연한 대기업집단이다. 계열사만 143개(지난달 기준)로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SK그룹 다음으로 많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카카오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있다. 

카카오는 공룡 기업이 됐지만, 내부 시스템은 초기 벤처기업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했단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IT 업계 한 관계자는 “어항 속 금붕어에서 수류를 바꿀 수 있는 고래가 됐는데도 관리 프로세스는 그대로 였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규모 벤처기업일 때는 법적으로 여러 가지 특혜도 있고 선을 조금 넘어도 봐줄 수 있는 완충지대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카카오는 어느 순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재벌이 됐는데도 준법이나 재무 프로세스는 예전 사업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벤처기업들은 (법적) 제약을 준수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돌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발명을 가로막는 난관이면 돌파해야 하는 것이지만, 법률상의 제약이라면 꼭 준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마인드 세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다를까…”쓴소리 수용·실행 관건”

“지금 카카오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2023년 11월 3일)

최근의 위기를 계기로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의 대대적 개혁을 예고한 상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영쇄신위원회를 설치해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지난달 출범시켰다. 준신위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총 7인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했다. 외부기구이지만 카카오 관계사에 대한 준법감시와 내부통제가 가능한 강력한 집행기구로 둔다는 방침이다.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좌측 4번째)가 지난달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와 회동했다. / 사진=카카오 제공

다만 준신위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위원들도 외부접촉을 꺼린다. 이번 준신위 1기 위원에 포함된 한 인사는 “(카카오와) 비밀유지약정이 있어 관련해 언급하는 것이 어렵다”며 “일원화한 대외채널은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대외채널이란 양현서 대외협력실 부사장, 즉 카카오 내부인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그만큼 카카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결국 관건은 ‘쓴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실행에 옮기는 데 있다. 

앞서 전성인 교수는 “상법상 회사의 의사결정은 내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사회가 버젓이 있는데 또 외부기구를 만들어 그 권한을 위탁하는 것 자체에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보다는 현행 법체계의 근간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제대로 따를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부기구를 만든 것은 어떻게 보면 감시 권한이 있는 내부 이사회(구성원)가 기존 사람들이기 때문에 수정하지 못하고, 외부에라도 (감시기구를) 만들어서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외부 인사들을 통해서라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전했다.

권재열 교수는 “외부기구가 카카오의 문제점을 객관화하고 환부를 도려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카카오 내부자들이 이를 수용하고 개선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단적으로 정치권에서 혁신위원회를 운영하고도 수용을 하지 않아 나아지는 게 없는 경우를 들 수 있다”며 “정말 뼈를 깎는 쇄신을 하려면 과감하게 수용하고 실행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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