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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리빌딩]⑥정신아, ‘CEO 잔혹사’ 끊을까

카카오 CEO 변천사. /그래픽=비즈워치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몰린 카카오가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류영준 내정자, 남궁훈 전 대표까지 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매번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거듭 교체됐다. 홍은택 대표도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3월까지만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기로 했다.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현직 경영진의 ‘내부 발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김범수 창업자와 직장에서 동고동락한 경험이 없는 최초의 여성 대표라는 점에서 기존 카카오 대표이사들과 차별화된다. “다 바꾸겠다”는 김 창업자의 의지에 걸맞게 진정한 쇄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2년을 못 가네”…카카오 CEO 잔혹사

카카오의 ‘CEO 잔혹사’가 시작된 건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부터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는 비교적 안정적인 리더십 체제를 이어왔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2015년부터 3년간 조직을 이끌었고, 임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로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가 4년간 이어졌다.

2021년 말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조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카카오 공동대표 자리에 내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내정자였던 류 전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자사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비판이 쏟아지자 류 전 대표는 내정된 지 50일만에 자진사퇴했다. 연임이 예정됐던 여민수 대표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카카오는 위기에 빠진 회사의 구원투수로 남궁 전 대표를 지목했고, 같은 해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홍은택 각자대표를 선임했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 체제는 불과 3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남궁 전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카카오는 지난해 대표 체제가 네 번이나 바뀌었고(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남궁훈 단독대표→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홍은택 단독대표), 내정자를 포함해 두 명이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자진 사퇴하게 됐다.

카카오는 올해도 악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경영진 사법리스크와 택시업계와의 갈등,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까지 겹쳤다. 위기를 초래한 현 경영진의 ‘물갈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홍 대표는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기로 했다. 

‘인맥경영’ 한계 벗어날까

계속된 리더십 교체에도 카카오는 경영진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카오 안팎에서는 김 창업자의 측근으로 이뤄진 ‘인맥경영’이 위기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까지 카카오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인물은 모두 김 창업자와 같은 직장에 몸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범수 키즈’로 불렸던 임 전 대표는 김 창업자와 네이버의 전신인 NHN 시절 연을 맺고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를 함께 설립했고, 여민수·조수용 전 공동대표도 NHN 시절 김 창업자와 함께했다. 남궁 전 대표는 김 창업자와 삼성SDS에서 만나 한게임과 NHN 출범을 함께한 측근 중의 측근이었으며, 홍 대표도 NHN에서부터 김 창업자와 함께했다. 

반면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내부 인사에서 발탁했다는 한계는 있지만, 기존 카카오 대표들과 달리 전 직장에서의 인연이 없다. 스타트업 생태계 베테랑으로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APAC) 전략 매니저와 NHN 수석부장을 거쳤다. NHN 출신 인사이기는 하지만 김범수 의장과 재직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 김 창업자는 2007년 NHN을 떠났고, 정 내정자가 NHN에 몸담았던 시기는 2010년부터 2013년이다. 

정 내정자를 시작으로 김 창업자 측근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난 진정한 의미의 인적쇄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내정자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진들도 잇따라 물갈이될 것으로 보인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공동체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 창업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쇄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라면서 “(정 내정자에게)얼마나 전권을 주고, 그간의 조직 문화와 병폐를 타파하는 쇄신안을 내놓을 것인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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